Saturday, July 29, 2006

참여연대, ‘검사 징계사유’ 공개요구 소송

판사도 변호사도 다 밝히는데 왜 검사만 숨기나
참여연대, ‘검사 징계사유’ 공개요구 소송 이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는 지난 27일 금품·향응을 받거나 직무태만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들의 구체적 징계사유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다.
참여연대는 소장에서 “법조인의 비리·위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어떤 행위로 징계가 내려졌고 징계 수위가 적절한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1998부터 2004년 10월까지 징계받은 검사 19명 가운데 중징계 이상 6명의 조치 결과만 알려졌을 뿐 징계의 적절성과 13명에 대한 징계사유를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지금까지 법무부는 징계받은 검사의 구체적 징계사유를 공개하면 당사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고 주장하나 고도의 공익성이 요구되는 검사의 징계 사유가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순수한 사생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2005년 5월 법무부에 징계 검사들의 구체적 징계사유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절됐고 이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법무부의 결정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각돼 이번에 소송을 냈다. 소를 제기한 다음날인 28일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이번 소송의 의의를 “그동안 팽배해 있던 검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박팀장은 “이번 소는 결국 국민에 대한 법조인의 신뢰를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수혜는 결국 법조인과 국민 양쪽에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검사 징계사유 공개 소송의 이유는?

=법조인들의 윤리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다. 먼저 법조인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했다. 판사, 변호사, 검사들을 모두 확인을 해보니 판사와 변호사와는 다르게 검사는 전혀 징계사유가 공개가 안되어 있었다. 국정감사 자료들도 통계만 있지 정확한 징계 사유가 나오지 않았다. 법무부에 검사들에 대한 징계사유 정보공개 요청을 했는데 그것이 거절당했다. 그래서 그것을 철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검사의 징계 사유가 공개되어야 할 이유는?

=지금은 검사의 이름과 징계 내용만 관보에 게재된다. 하지만 ‘견책’, ‘감봉’등의 용어만 보면 이 검사가 도대체 무슨 위법한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예를 들면 ‘품위손상’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품위손상을 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 막말로 수사하다가 금품을 수수하거나, 성희롱을 해도 ‘품위손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징계 사유를 명시해 달라는 것이다.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고,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데?

= 일반 공무원과는 단순비교가 불가능하다. 일반 공무원은 그 수가 워낙 많기도 하고, 일반공무원 비리와 판검사 비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같은 법조인이라 할 수 있는 판사의 경우 징계를 받을 때 징계 사유가 상세하게 관보에 게재된다. 98년 의정부 법조비리의 경우 마치 판결문처럼 자세하게 비리내용을 적어놓았다. 유독 검사만 보호를 받고 있다. 사생활 보호도 같은 논리다. 판사의 사생활은 보호받지 않아도 되고, 검사는 보호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검사의 직무 수행상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사실은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소송보다 징계내용을 공개하게 하는 법률의 제정이 우선 아닌가.

=가을국회에 관계 관계 법령과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있다. 하지만 미국도 징계내용 공개가 법으로 되어있지 않다. 스스로 하는 자율규제다. 지금도 법무부가 자료를 공개한다면 소를 취하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 자율규제가 안될 경우 부득이 하게 관계 법률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징계사유가 공개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나?

=2004년께 한 지방방법원의 판사가 어떠한 사건에 연류되어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경찰관에게 난동을 부리고 폭행해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고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징계는 고작 견책이었다. 시민 입장으로 봤을 때 이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저것이 견책밖에 안되느냐고 따질수 있는 것이다. 외부의 감시가 가능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직접적 효과는?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진다. 판·검사를 지낸분이 변호사가 되어 소송을 맡게 될 때 국민은 자신의 소송을 책임지는 변호사가 과거의 어떤 행적을 가졌나 확인해볼 권리가 있다. 미국은 주마다 변호사협회 홈페이지가 있어 변호사의 이름을 치면 이 사람이 어떠한 징계를 받았는지 상세하게 나온다. 판·검사 시절부터 정확한 기록을 남겨 DB화하면 결국 대 국민서비스 질이 높아짐과 동시에 법조인의 신뢰도도 높아지게 된다. 양자가 모두 이득이다. 현재 자신의 담당 변호사의 과거 행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나? 일반 국민들은 불가능에 가깝다.


-검찰이 주목할 소송으로 보이는데….

=현재 검찰은 제 식구에 대한 치부를 드러내기 싫다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자기 식구 감싸기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도 그렇고 법조인같은 전문성이 있는 직업군의 경우 강제규제보다는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무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존중해 외부의 감시나 개입을 줄여주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행태는 이러한 존중이 악효과를 낳고 있다. 검사들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규제하는 모범을 보이도록 요구하고 감시해야 한다.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사등록 : 2006-07-30 오후 02:55:3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45214.html

잭 웰치 우상, 버려야 산다

[이코노미21] 잭 웰치를 잊어라

최근 포춘(Fortune)지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그동안 경영의 신(神)처럼 여겨졌던 "잭 웰치의 경영교본을 찢어버려라"라는 내용의 특집기사가 무려 10쪽에 걸쳐 다루어졌다. 잭 웰치의 경영전략은 주식회사 미국의 경영 바이블로 통했으나 이제는 "낡은 옛날 성공이론"으로 이제는 경영현장에서 퇴장했다.
잭 웰치는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자주 언론의 기사로 등장하고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을 돌며 강연을 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에 관련된 책을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등 화려한 스타 CEO였지만 "드디어 새로운 경영원칙 앞에서 빛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포춘지는 밝히고 있다.

잭 웰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훌륭한 CEO이자 성공적인 경영원칙을 지닌 "경영의 모델"이었다. 그는 퇴조하는 GE의 아날로그 사업을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하게 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시장에서 1, 2위가 아니면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원칙을 제시했다.

이 같은 웰치식의 경영원칙은 쇠퇴하고 있는 GE를 회생시키고 매출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고 더 이상 웰치식의 경영기법으로는 산재해있는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포춘의 말이다. 이이서 이 시대의 경영모델은 "잭 웰치가 아닌 애플이나 구글이다"라고 주장한다.

포춘은 새로운 경영원칙에 대해 주목해야 할 대표적인 사례의 최고경영자로 아이팟(iPod)을 개발하여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최근 스타 경영자는 GE나 엑슨 같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애플, 델, 스타벅스, 구글 같은 기업의 CEO이다.

IBM의 루 거스너처럼 "코끼리를 춤추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세계 경제의 모델까지 바꾸어버릴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경영자가 요구된다.

이제 어느 대기업도 구글 이상의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고 있다. "이제 미국의 자본주의가 전환점에 있다"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나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포춘은 "잭 웰치가 구축해 30년 가까이 부동의 경영지침서만으로 새로운 경영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위험하다. 물론 잭 웰치가 강조한 7가지 경영항목이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맞추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잭 웰치의 경영원칙의 붕괴는 단순히 잭 웰치 개인의 경영원칙이 안 통한다고 보기보다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규모경제 이론의 붕괴다. 이제 디지털 기술로 인해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서는 새로운 경영원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GE는 어떤 회사인가

제너럴 일렉트릭(GE)는 1869년에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137년 된 회사이다. 초기에는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에 대한 특허권을 관리하는 회사였지만 점차 전구, 전기와 관련되는 가정용 전자제품을 생산하였다.

에디슨이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기술특허로 인해 전기분야에서 독점적인 사업을 전개하여 지난 130년 동안 항상 최고의 회사로 성장해 왔다. 잭 웰치가 회장이 된 1980년대 초에도 GE는 미국에서 20위 내에 들어가는 기업이었으며 전구,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정용 전기 제품과 발전기, 원자력 발전소, 항공기 터빈 등의 산업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전임회장이 후임을 지명하는 방식이고 회장이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회장 임기가 20년인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잭 웰치는 누구인가

잭 웰치(Jack Welch)는 1935년생으로 1960년에 일리노이 대학에서 화공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같은 해에 GE에 입사하여 전임 회장의 추천으로 1981년에 46세로 최연소 회장이 된다. 그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고강도의 개혁을 시작한다.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는 전략으로 10만명 이상을 해고하면서 ‘중성자폭찬’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GE사업을 리스트럭처링하였고 M&A를 통해 사업구도를 바꾸었다. 6시그마, 세계화, e비즈니스 등의 전략으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년간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절대적 권력으로 GE에 잭 웰치 경영방식을 정착시켰다.

전임자가 했던 것처럼 2001년에 후임 회장으로 제프 이멜트 회장을 선임하고 은퇴한다.


잭 웰치 방식이란

지금 전 세계의 경영자들이 경영의 교과서처럼 알고 있는 잭 웰치 방식은 23년 전에 아날로그 경영자 혼자 생각해 낸 것들이다. 잭 웰치는 어떠한 새로운 일을 추진해 나갈 때 혼자서 생각하고 그것을 용감하게 추진해 나왔다.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그는 "세계 1, 2위가 되자, 그렇지 못한 사업은 매각하거나 정리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의 생각을 전파시키기 위해 연수원을 개축하여 끊임없이 교육한다. 3S1B(Speed, Simple, Self-confidence, Boundaryless)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이것을 워크아웃이라는 미팅 수단을 통해 전파시켜 나간다.

그는 단순한 혁신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전 조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전파시킨다. 그는 칼 같은 평가방식을 도입하여 느슨해진 관료주의를 도려낸다. 모든 사람을 A, B, C 로 분류하여 A급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C급 10%를 도태시킨다.

어느 정도 혁신 효과가 나자 시스템 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그는 6시그마(Sigma)를 도입한다. 6시그마는 모토롤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6시그마는 GE와 같이 제품 기술의 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초기에는 잭 웰치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으로 혁신을 주도했다면 후기에는 6시그마와 같은 시스템적으로 혁신방법이 GE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왜 잭 웰치 방식이 통했는가

잭 웰치의 개혁은 초기에는 구조조정이었고 중반에는 조직의 슬림화와 커뮤니케이션 증대였으며 그 후에는 품질 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시장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며 기술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에서는 유효하다.

그러나 기술변화가 빠른 산업에서 아직 시장에서 일정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게는 이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날로그 산업에서 20년 전에 성공한 방식이라고 해서 계속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GE라는 기업에서 성공한 방식이지 다른 기업에도 같은 방식이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왜 잭 웰치를 맹신하게 되었는가

■ 미국 내 요건

잭 웰치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구조조정이었다. 자신이 3개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살아남을 회사 이름을 적었고 밖에는 제거하거나 매각할 회사 이름을 적었다. 그리곤 가차 없이 해당 회사를 매각하거나 사업장을 폐쇄시켰다.

80년대에 10만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해고하였다. 이 일로 그는 ‘ 성자폭탄’ 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 별명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웰치는 자신이 중성자폭탄이라는 평가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나는 그것을 아주 불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비열하다. 우리가 그동안 종업원들에게 생애 최고의 혜택을 제공해 주었음에도 단순히 해고한다는 이유로 내게 그런 공정치 못한 별명을 붙인 것 같다."

잭 웰치는 이때 자신의 이미지 순화를 위해 홍보를 강화한 것 같다. 미국에서 특A급 홍보 에이전시를 쓴 것 같다. 그는 또한 그의 혁신방법을 정당화하고 추종자를 만들기 위해 이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 크로톤빌 연수원을 지었다.

그는 회사 다른 부서 경비는 절약하였지만 크로톤빌의 증축과 운영비는 아끼지 않았다. 로 건물을 짓고 증축하는 비용으로 4천0만달러를 투자했다. 피터 드러커 같은 학계의 유명인사를 초빙하여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리더양성 교육을 했다.

그는 크로토빌의 연수프로그램에 직접 강의를 하였고 리더 양성 과정을 수료하지 않으면 임원으로 승진시키지 않았다. 이후 크로토빌 연수원은 잭 웰치의 혁신 이론 전파장이 되었다.


■ 국내 요건

GE는 80년대 초에 삼성과 삼성의료기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이때 이병철 전 회장이 미국에 가서 잭 웰치를 만난 적이 있고 잭 웰치도 한국에 와서 삼성을 방문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도 GE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90년대 초에 신(新)경영을 선포하면서 GE의 혁신방법을 모델로 삼았다. 삼성의 임원들이 GE의 혁신방법을 학습하였다. 95년에 삼성SDI에서 GE가 시행했던 6시그마를 실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상무를 한 달 동안 GE의 크로토빌 연수원에서 연수시켰다. 이 후에 GE의 혁신모델은 삼성에서 교과서처럼 받아들어졌다.

90년대 말 IMF를 거치면서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때에도 역시 GE 모델을 따르고 잭 웰치를 우상화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노무현 정권이 혁신을 표방하면서 역시 잭 웰치의 우상화 작업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후에 기업이든 공공기관의 리더들은 잭 웰치를 맹신하게 된다.


왜 잭 웰치 방식이 왜 안통하는가

잭 웰치 방식은 GE의 독점적 사업구조 하에서 비대해진 조직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GE가 손 댄 사업은 전기를 응용한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이 확실히 존재하였고 대부분 독점적이다. 또한 기술 변화도 별로 없는 전기, 기계산업들이다. 너무 사업이 방만해져 있기 때문에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오히려 다른 사업에 도움이 될 정도였다.

잭 웰치는 42개나 되는 전략 사업 단위(SBU)에서 어떤 사업을 선택하느냐와 정리와 해고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최대 고민거리였다. 미국적인 고용여건에서는 10만명을 해고하고도 견디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적인 노동 여건에서는 이런 방식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원칙’의 옷으로 갈아입어라

잭 웰치의 말처럼 "기업에서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주주의 이익을 중시한다"고만 해서 디지털 경제하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 잭 웰치가 우려했던 요인들은 GE와 같은 아날로그 대기업에 존재했던 것들이지 디지털 환경 하에서 일반기업에게는 해당되는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과거의 대기업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밀어닥치고 있다.

만약 잭 웰치가 구글의 CEO가 된다면 과거의 그 원칙들이 통용될 수 있을까? 새로운 경영환경 하에서는 오히려 "잭 웰치가 했던 것들을 거꾸로 해야 한다"고 포춘지는 제안한다.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민첩함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의 선두가 되기보다는 틈새시장을 찾아서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해야 한다.

주주가 최고가 되려면 먼저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 한다.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 성장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주주에게도 배당을 할 수 있다.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고 하기 전에 열정적인 사람을 고용하라. 카리스마를 가지고 추진력 있는 CEO보다는 미래의 계획을 용기 있게 실행하는 CEO가 필요하다.

내부에서 군살을 빼서 가벼운 조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환경 변화를 보고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들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능력 잇는 사람들만 채용하여 인재 사관학교를 만드는 것보다 사원의 영혼을 사로잡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라.

잭 웰치의 7가지 원칙은 아날로그 시대의 리더십이었다면 포춘지가 제시하는 새로운 7가지 원칙은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기법도 패션과 같아서 시대가 바뀌고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새로운 옷으로 바꿔야 한다.


1. 몸집을 키워 시장을 장악하라

잭 웰치는 GE의 회장이 되자 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방만한 산업들을 몇 개의 핵심산업군으로 집중하여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었다. 그는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서 집중해야 할 분야와 그 분야에서 살아남을 회사의 이름을 적었다. 이 세 개의 원은 잭 웰치가 부인과 식사를 하다가 생각 나서 식당 냅킨에다 그린 그림이었다.

이후 냅킨에 그린 세 개의 원 밖에 있던 냉난방기, TV, 전선, TV방송국 등은 포기하거나 매각했다. 그리곤 세 개의 원에 적힌 회사들을 키워 나갔다. 이들 살아남은 회사들은 대부분 세계 최강의 회사로 커나갔다. 잭 웰치는 세 개의 원의 기준이 무엇이고 그 안에 적힌 회사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추측컨대 세 개의 원 안에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산업 제품 회사이고 원 밖으로 나간 회사들은 소비 제품들이다. TV, 에어컨 등 GE의 핵심 제품들을 버린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사업들은 버리고 나중에는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여 몸집을 키웠다. 1985년에 RCA의 통신사업을 62억8천만달러에 인수하였다. GE는 단숨에 미국 내 기업 서열 9위로 뛰어올랐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매출액은 400억달러로 커졌고 포춘지가 선정하는 기업 랭킹 7위로 올라섰다.

NBC TV 방송국을 인수하여 더욱 규모를 키웠다. GE의 몸집이 커진 것은 GE의 본연의 사업에서 경쟁력 증가에 의해 커진 것도 있지만 다른 대기업을 인수합병으로 더욱 커졌다. 큰 개가 길거리를 점령한다는 규모의 경제이론은 적합하지 않다. 덩치만 키웠다가는 오히려 물린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민첩성이 필요하다.

휴렛팩커드는 PC 회사인 컴팩을 인수하여 몸집을 늘렸지만 델 컴퓨터를 감당하기 힘들다. 델 컴퓨터는 신기술 개발과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고객 밀착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규모가 크다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례가 있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별로 성과가 없거나 아예 철수하는 사례가 있다. 타이어 회사의 1인자인 미쉐린이나 2위인 굿이어는 한국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휴대전화의 1인자인 노키아는 아예 한국에 진출하지도 못하였거나 2인자인 모토로라도 국내 판매가 미미한 실정이다.

유통업계의 1인자인 월마트와 2위인 까르푸는 한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아예 철수했다. 월마트는 세계에서 최대의 유통망을 갖추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시장을 잘 모르고 있었고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늦은 의사결정으로 한국 소비자 요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한국시장의 특성에 적응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표준화된 방식을 고집하였다. 의사결정 체계도 한국에서 판단하는 것이 미국 본사에 보고되어서 결정을 기다려야 했기에 느렸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실행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한국에서 철수 할 수밖에 없었다.


2. 시장의 선두가 되라

197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공업화가 급진전한 시기이다. 이때 시장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태여서 제조업체들이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대량 판매에 나섰다. 이때에는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누가 시장점유율이 높으냐가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1위 업체가 가격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규모의 경제가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1위, 2위 업체가 유리하다는 것은 시장 수요의 변화가 별로 없이 기존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때다. 시장 수요가 변하거나 기술 변화가 있으면 1위 업체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반도체 업체에서 256메가나 512메가 시장에서 1위라고 해서 1기가 시장에서도 1위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코카콜라는 2000년에 게토레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거부하고 펩시콜라를 인수했다. 콜라시장을 독점했지만 시장은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음료들이 성장하고 있다. 생수로 에비앙이나 스포츠 드링크인 게토레이는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탄산음료의 1, 2위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스, 아이스티와 같은 기능성음료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 코카콜라도 콜라 음료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위기에 빠졌다. 지난 2003년부터 매출은 감소하고 적자로 전락하여 매년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웰빙음료 바람에 소비자들이 탄산음료의 선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낡은 시장에서 1등이거나 2등이 된다는 것이 오히려 변화에 역행한다는 사례가 또 있다.

불과 10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의 상위 랭크는 제일은행, 한일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 서울은행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지금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 금융과 외형 성장을 위해 부실 대출이 이어졌고 관료주의가 거품 경영을 해왔다.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자 이들은 모두 쓰러졌다. 아무리 외형상으로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다.

반면 4위, 5위 이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소매금융에 충실하며 프라이빗 뱅킹을 키워서 성장하였다. 결국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게 되었다.


3. 주주가 최고다

경영자가 이익을 내어서 주주에게 투자가치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러나 단기이익만 난다고 해서 장기이익도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가 주주의 입맛을 맞추려고 단기이익에만 급급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회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니 교수는 "주주가치 경영은 단기수익만을 위한 경영이 됐고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를 강화시켰던 것들의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고 있다" 고 했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은 많은 주주들이 사실상 초단기 주 거래자인 현실에서 기인한 개념이다. 이처럼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더욱 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업에서 주주는 CEO를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는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잡스를 이사회의 결의로 축출했다. 그러다 보니 경영자가 주주를 위해 이익이 나는 일을 우선하게 된다.

잭 웰치도 GE를 주주를 위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고 이익이 날 수 있는 사업은 인수 합병하였다. 잭 웰치가 버린 사업 중에서 에디슨 시절부터 생산해오던 가전산업이 많이 있다. 당시에는 가전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았기에 버렸을는지 모르나 일본의 미쓰시다나 한국 삼성전자는 가전산업을 키워서 이익을 내고 있다.

100년 전의 GE는 창조적인 도전을 계속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제품을 쏟아내 놓았다. 그러나 지금의 GE는 세계 최대 회사라고 하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는 회사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창조적인 제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고객을 최고로 여기는 회사라는 인상을 주고 있지 못하다. 과연 잭 웰치는 에디슨의 후예답게 GE를 창조적인 회사로 키워왔는가 아니면 막강한 자금력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 경영자였는가?

베인&컴퍼니의 연구 결과는 경영자의 80%는 자신이 소비자 만족을 위해서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면 소비자들의 8%만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잭 웰치 시절에서 GE는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다소 소홀했다고 보는 신임 임멜트 회장은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그는 "꿈이 있는 회의"라는 미팅을 통해 핵심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한 GE 고객들이 다시 자사 제품을 찾을 가능성을 측정하여 사업부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4. 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

GE는 전기관련 산업인 발전기, 송배전 시스템의 대부분의 특허를 가지고 있고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100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사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부심이 지나쳐서 모든 기술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자기교만증세(NIH; Not Invested Here)에 빠져있었다.

잭 웰치는 이러한 자기교만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외부에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왔다. 내부 사람의 평가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사람들을 A, B, C 급으로 구분하여 급여를 조정하고 승진과 탈락에 반영했다. 20%를 A급, 70%를 B급, 10%를 C급으로 분류하여 C급을 매년 탈락시켰다. 이러한 평가시스템은 관료화 되어 있고 자기 교만에 빠져있었던 GE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2002년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의 58%가 대부분의 경영층이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회사가 1위나 2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 회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 비전 그리고 삶의 의미를 위해 회사에 나온다.

대기업에서는 이력서가 화려한 인재들을 뽑는다. 대기업에 들어오겠다는 인재들이 넘치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이렇게 화려한 사람들만 뽑다보면 직원의 대부분이 고급인력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회사 일이라는 것이 항상 고급인력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막상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일, 막노동 같은 일들이 발생된다. 그러나 고급인력들은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국방부에 가면 대령이 유리창을 닦는다"라는 농담이 대기업도 통할 정도이다. 모든 사원들을 ABC로만 평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GE의 신입회장인 이멜트는 젝 웰치 방식을 약간 수정했다.


5. 추진력 있는 CEO가 필요하다

잭 웰치에게 비즈니스는 모두 이기는 것(Winning)가 연관이 있다. 시장에서 이기기, 고객을 획득하기,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키기, 주주를 획득하기와 관련이 있다. 700만달러에 계약하고 쓴 그의 2번째 자서전의 제목도 위닝 (Winning)이다.

그는 4E 리더십 중에서 유난히 결단를 강조한다. 잭 웰치의 결단력은 인력 감축에서 나타난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5년 안에 GE의 종업원 중 1/4을 삭감했다. 그는 "사업에서 외견상 많은 모순들은 보다 큰 비전 앞에서 해소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의 결단력은 인수 합병 때 다시 나타난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1200건의 인수 합병이 있었다. 이 중에 성공한 것도 많지만 실패한 것도 꽤 있다. 아무튼 GE의 외형을 불리는 데에도 인수 합병의 덕을 보았다.

잭 웰치가 회장으로 취임할 때 GE는 250억달러의 매출을 내고 있었다. 그가 인계할 때 GE는 1천300억달러의 회사가 되어서 외견상으로는 5배 성장했다. 그러나 이중 GE의 기존 사업에서 성장률은 연 10% 미만이고 대부분 인수 효과가 컸다고 분석가들은 이야기한다, 예전의 CEO는 대량생산을 하여 원가를 낮추고, 비용절감에 초점을 두고 솜씨 좋게 재무 관련과 관련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었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이 2005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940명의 경영자들 중에서 90%가 조직의 성장이 자신의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그들은 그동안 "연구개발에 쏟은 비용으로 얻은 결과에 만족하는 율은 50% 정도 였다"고 한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재무적인 이익을 낸 사람이라고 해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CEO라고 볼 수는 없다. 진정한 성장은 앞을 본 통 큰 투자가 요구된다. 제록스의 경우는 아날로그 복사기에서 디지털 복사기로의 전환이 늦었다. 아날로그 복사기에서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디지털 복사기로 전환할 때의 위험보다는 달콤해 보였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CEO인 존 챔버스는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GE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 합병을 하여 안정적인 분야에서 성장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신임 이멜트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런 도움 없이 미개척지에서 적극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멜트의 말처럼 미개척지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여 성공한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아무런 도움이 없이 반도체 산업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RAM 메모리 분야에서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플래시 메모리에 도전하였다.

예전에 CEO는 화려한 명성을 추구하였다면 현재의 CEO는 강한 정신력을 추구해야 한다.


6. 가볍고 날렵한 조직

잭 웰치는 1986년에 NBC TV 방송국을 인수하면서 사회적 활동이 늘었다. 그리고 인수 합병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야 했다. 1995년에 실시한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GE제품에 대한 품질 문제가 제기되었다.

잭 웰치는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항공기사업부에서 6시그마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잭 웰치는 6시그마의 창안자인 마이클 해리를 초청하여 크로톤빌에서 4시간 강의를 들었다. 6시그마는 기존의 품질관리 방법의 구체적인 목표를 백만개 단위로 관리한다는 점과 통계적 방법론을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잭 웰치의 마음을 잡았다.

이 강연 후로 잭 웰치는 6시그마의 신봉자가 되었고 GE 혁신의 핵심 프로그램이 되었다. 6시그마 운동은 일본의 품질관리 기법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시스템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우수하지만 지나치게 숫자 중심적이고 마인드 적인 부분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잘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마인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열심히 6시그마를 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6시그마는 기존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아이디어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열심히 품질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품이 꼭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6시그마를 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점이나 결함을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개발, 디자인, 기술연구 부분에 관심이 소홀해질 수 있다. 관리자들은 모든 것을 숫자화하여 통계적으로 관리해서 평가 받기 때문에 모든 일을 숫자로 관리하려고 하고 과거 데이터를 기준하여 일을 하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6시그마를 열심히 하려면 워낙 많은 숫자와 싸워야 하고 자신이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으로 내부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적응하고 고객과 대화를 하기 보다는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신경을 쓰게 된다.

GE는 대부분의 제품이 과거에서부터 시장 독점해온 아날로그 제품이고 기술 변화도 별로 크지 않다. 6시그마를 추진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시간도 있고 자본도 있다. 시장은 있고 제품 변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품질이 개선되면 더욱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변화가 빠르고 제품 진화가 빠른 디지털 산업에서는 6시그마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6시그마를 처음으로 실행했던 모토롤라는 그 효과가 별로 없자 6시그마를 추진했던 마이클 해리가 모토롤라를 떠나서 6시그마 아카데미를 차렸다.

6시그마가 품질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느 업종에서나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한 6시그마를 추진할 때도 개발, 생산, 마케팅 등 실제로 개발팀에 있는 엔지니어가 진짜로 필요한 것은 통계적 관리 기법이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개발 열정이다.

디자이너가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 실장에게 가지고 갔더니 이렇게 말하면 어찌하겠는가.

"자네는 6시그마적인 접근을 해보게. 이런 디자인이 과거에 어디에 있었는지 찾아보시오. 그리고 그런 디자인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숫자로 가지고 오시오. 또한 이 디자인이 과거의 디자인에 비하여 몇 퍼센트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보고서로 보고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다른 부서와 합의해서 공장장의 결재를 맡아 지시하겠소."

농담 같지만 실제로 국내 대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7. 능력을 소중히 하라

잭 웰치가 구조조정을 할 때 기준은 하나였다. 단기 이익이 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정리했다. 에디슨 시절부터 키워왔고 GE의 상징적인 사업인 가전산업을 정리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정주부는 토스터, 커피메이커, TV, 에어컨을 이용한다. GE의 전 회장인 데크 존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주부들이 어느 소매점에 들어가더라도 GE의 진열대를 볼 수 있도록 가전제품과 조명제품 사업을 발전시키겠습니다."

그러나 잭 웰치가 소형가전 사업이 흑자가 나지 않는다고 정리하려 하자 내부에서 반대가 강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 당신은 토스터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싶은가 아니면 첨단 CT 스캐너(단층촬영기)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싶은가?"

그는 소형가전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하여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보다 적자를 정리해서 그 돈으로 다른 사업부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투자자 차원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고 또 그렇게 해서 다른 사업을 확장시킨 능력가였다. 그러나 그는 가전사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가전사업은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와 빠르게 변해가는 기술을 쫒아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GE가 팔아넘긴 TV, 에어컨, 전화기, 오디오 제품이 지금은 황금산업으로 변해있다.

디지털TV는 말할 것도 없고, 휴대전화기, MP3, 디지털 카메라들은 GE가 소형 가전사업을 추진했다면 리더의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졌던 회사다. 커피메이커 사업을 발전시켰으면 오늘날 스타벅스 커피숍과 같은 비즈니스를 개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나친 합리는 근시안적인 판단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사업에서 뿐만 아니라 인재의 채용과 육성에서도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기업은 능력 있는 자를 채용하여 실적을 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주기를 원한다. 실제로 미국기업은 경영학 석사 (MBA)를 채용하지만 이들은 2~3년 동안 업무를 배우고 미련 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잭 웰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평가할 때 능력을 우선시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업적을 내지만 이내 관료화되거나 보통 정도 수준의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아니면 업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주는 회사로 옮겨버린다. 대기업에 적응한 사람들은 창조와 열정을 합리와 관리로 바꾸어버린다. 국내 대기업이 추진한 디지털 산업이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대기업이 추진한 쇼핑몰 사업이 몇 년째 답보 상태인 반면 최근에 시작한 G마켓은 급성장하여 국내 1위의 쇼핑몰이 되었다.

G마켓에서는 합리주의보다 감성을, 관리보다는 스피드를 중시한다. 사원 채용에서도 명문대학 MBA 출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영화조감독, 오토바이 레이서, 가수 매니저, 패션모델 출신을 뽑는다. 이들은 대기업에 지원했으면 취업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들의 감각, 열정을 쇼핑몰 사업에 쏟아부어서 젊은 여성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오픈마켓 쇼핑몰을 만들었다. G마켓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야후와 제휴하여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나스닥에 상장하였다.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 ce@marketingmba.co.kr


잭 웰치의 반론

포춘지가 "Sorry, Jack"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잭 웰치를 인터뷰하였다. 잭 웰치 원칙이 새로운 원칙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포춘지의 지적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펼쳤다.


- 규모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하여

크다는 것은 강점이다. 크다는 것이 꼭 느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몇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큰 조직에 기업가적 정신을 갖춘 직원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점 기업은 간혹 유연하지 않다고 비판을 받지만 조직은 얼마든지 비대해질 수 있다.


- 리더십에 관하여

당신이 1등이 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당신은 패배자가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3, 4, 5등은 1등과 같은 유연성을 갖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같은 수준의 자원이나 연구개발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정적인 환경에서 1위가 된다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4위 업체라고 해도 비용을 더 지혜롭게 사용하는 경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 감량경영에 관하여

나는 조직을 작게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몇몇 기업들은 여전히 지나치게 계층화되어 있다.


-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과 관련하여

1위나 2위가 되고 싶다는 것을 두고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기업은 항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오늘날의 틈새시장과 내일의 더 큰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 그걸 두고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 고객에 관하여

주주와 고객을 다르게 본다는 의견 차이는 언제부터 생겨난 건가? 아무도 “고객들을 그냥 무시해버리자. 그래야 우리 주가가 20센트로 올라가지”라는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에 관하여

90년대에 GE는 온통 외부로만 눈을 돌렸다. 우리는 벤치마킹할 만한 회사를 찾아가 성공 사례를 모았다. 그것은 분명 조직의 수준을 배가시킨 훌륭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 직원을 평가하는 것에 관하여

이 부분은 굉장히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능력 없는 직원들을 솎아내는 것. 그것은 최고의 팀을 구성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동안 그것이 잔인한 방식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사실은 반대다. 오히려 각 직원들에게 자신의 현재 수준과 있어야 할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조직이 잔인한 것 아닌가.


잭 웰치의 반론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GE는 컨설팅 회사가 아니고 잭 웰치가 컨설턴트도 아니다. 그는 단지 80~90년대에 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CEO였을 뿐이다. "Sorry, Jack!" 더 이상 당신의 방법을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포스트 잭 웰치’를 생각해 볼 때다.



기사등록 : 2006-07-28 오후 03:58:53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21/144982.html

Friday, July 28, 2006

국가주의자 키우는 일본만화

손오공아 ‘드래곤 볼’ 그만 찾아라

노력하고 협동하고 승리하리라
하나의 가치에 목숨 거는 ‘잇쇼겐메이’
일본 만화는 주류 이데올로기 대변하는 수호자
“조선 침략의 첨병도 만화” 파헤친 책 나와


일본이 진정한 ‘만화왕국’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잡지 주간 <소년점프>다.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 슈에이샤가 1969년 창간한 이 잡지는 일본 만화의 주류 가운데 주류다. 공전의 히트작 <드래곤 볼>부터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원피스>나 <나루토>까지, 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만화들이 이 잡지에 연재되어 왔다.

이 잡지의 발행부수는 한때 600만부까지 올라갔다. 세계 잡지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다른 비슷한 만화잡지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찍은 부수다. 인터넷과 게임이란 강적과 맞서는 지금도 300만부에 육박한다. ‘만화왕국’이므로 가능한 수치다.

어떻게 일본에서는 청소년용 만화잡지가 수백만부씩 팔려나갈 수 있을까? 왜 일본 사람들은 <소년점프>로 대표되는 청소년 만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만화가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만화가 핍박받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청소년은 물론 어른까지 만화에 우호적이다. 그 이유는 도대체 뭘까.

<소년 점프>는 그 답을 보여준다. <소년점프>가 70년대 욱일승천하며 일본 주류만화를 대표하는 매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잡지의 편집 방향 덕분이었다. <소년점프> 연재 만화들은 한결같이 ‘노력’ ‘협동’ ‘승리’ 등 3가지를 주제로 다룬다. 만화의 내용이나 소재가 무엇이든 이 3대 주제를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자기가 하려는 것에 끝없이 도전한다. 그리고 그런 도전정신으로 친구들을 감동시킨다. 적도 감동해 동료가 된다. 그리고 팀을 이뤄 함께 도전하고, 마침내 승리해 꿈을 이룬다. 그 꿈이 야구든, 축구든, 무술이든, 아니면 심지어 라면 요리든 마찬가지다. <드래곤 볼>의 주인공 손오공은 여의주 7개를 모으기 위해 결코 대결에서 물러서는 법이 없다. 손오공과 싸운 라이벌들도 그 모습에 감동해 팀을 이루고, 힘을 합쳐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목숨을 건다. 그리고 언제나 승리하고 마는 해피엔딩. 일본의 ‘닌자’를 팬터지 활극으로 꾸민 <나루토>도 그 구조와 이야기 공식은 마찬가지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노력하고, 협동하고, 승리한다는 것은 일본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철저하게 부응하는 내용이다. 이는 ‘자기가 맡은 한 가지에 목숨을 거는’ 일본인들의 전통 관념 ‘잇쇼겐메이’(一生懸命) 사상이 그대로 만화가 된 것이다. 자기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 그 과정에 목숨을 잃어도 도전하는 것. 그것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만화는 당연히 일본 사회가 국민에게 주입하는 가치관을 대변한다.


만화잡지 ‘소년점프’ 600만부

사회의 지배규칙 그 자체인 만화가 일본 만화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일본만화 특유의 ‘열혈’ 코드다. 하나의 가치에 목숨을 걸고, 그 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싸울 것을 주장하는 <소년 점프>식의 ‘열혈코드’는 일본만화에는 있지만 한국만화에는 없는 특징이다. 그리고 일본만화가 주류 지배 이데올로기의 수호자이자 전파자임을 보여준다. 온갖 다양한 만화가 자유롭게 나오는 것이 일본 만화문화의 힘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소년점프>로 상징되는 주류 만화들이 이런 가치관을 지키면서 대중을 훈육한다.

이런 일본만화의 특성은 만화가 일본 문화계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생존방식인 동시에 국가주의와 사회통합적 가치관을 극도로 강조하는 일본 사회가 만화에 요구한 덕목이다. 문화 특유의 반항기와 실험정신이 간혹 만화들을 이런 공식에서 풀어내곤 했지만, 언제나 일본 만화는 다시 주류 질서로 복귀해왔다. 정치 운동과 젊은이들의 실험정신이 절정을 이뤘던 1960년대, 만화는 새로운 실험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젊은이들은 만화에서 도피와 환상을 찾았고, 잠시 일본에서 만화가 일탈하는 시기를 맞았다. 전투적, 반항적 만화들이 만화산업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 대형 출판사들은 다시 만화의 이미지를 정립하며 ‘반정’을 시도했다. 만화가 일본의 오랜 문화전통을 이어받았으며, 어린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사회적 덕목을 심어주는 매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화는 다시 철저하게 일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청소년에게 심어주는 통로로 되돌아갔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만화가 ‘일본적 가치’의 대변자가 되어 대중을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일본만화의 특성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라 일본 만화가 시작할 때부터 ‘만들어진 전통’이다. 일본이 근대 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일본인을 하나로 묶고 황국신민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향해 움직이게 만든 주역이 바로 만화였다.

한상일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일본연구자인 한정선씨 부녀가 함께 쓴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일조각 펴냄·1만8000원)는 19세기 일본이 자국을 근대화하고 아시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만화가 첨병에 섰던 것을 파헤치는 책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비롯해 당시 일본에게 최대의 국익 현안이었던 조선 침략 문제를 다룬 시사만화들을 분석한 이 책에서 지은이들은 당시 일본 지배층들이 ‘탈아입구’를 부르짖으며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희생이 꼭 필요했고, 이를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만화였다고 강조한다.


초기 시사만화 식민논리 전파

근대 일본을 만들어낸 주역 중의 주역인 후쿠자와 유키치가 창간한 신문 <지지신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저널리즘 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지지신보>는 1902년 1월부터 신문 한 면을 만화란으로 정해 만화로 여론을 이끌었다. 이 잡지에서 만화를 담당했던 기자이자 일본 직업만화가의 시조로 꼽히는 기타자와 라쿠텐은 이후 만화전문잡지 <도쿄퍽>을 창간했다. 이 잡지에 실린 그의 작품은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가 동굴 문을 열어젖히자 일본의 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뿜는 광채가 조선인들을 비추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조선병탄이 조선인들 모두에게 광명의 혜택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일본의 초기 시사만화들은 서양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침략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조선과 청나라를 야만적으로 그리는 대신 일본인들은 문명국가로 그려 일본의 식민논리를 부추겼다. “일본의 시사만화는 일본이 제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힘들지만 희망찬 과업’으로 형상화하면서 독자에게 제국으로 가는 길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그림 초대장’이었다.”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그 힘을 이끌어낸 주역 가운데 일본 만화가 있었던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는 가고, 21세기 일본 만화는 분명 초기 만화와 다르다. 그럼에도 일본 만화가 여전히 주류 지배 데올로기에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침략을 겪은 주변 나라들의 시각에서는 일본 만화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의 두 지은이도 아직 일본 만화에 대한 우려를 벗어던져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

90년대 이후 일본 사회는 자학사관을 극복하자는 수정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상을 세우고 새 국가 진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침략을 겪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수정주의자들이 과거 일본의 팽창주의자들이 그랬듯 만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내용으로 일본 내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며 수십만부 이상 팔린 책 <망가 겐칸류>(만화 혐한류)가 바로 ‘만화’였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찢어진 작은 눈, 튀어나온 광대뼈가 특징으로 한국인의 부정적인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침략의 역사도 만화로 지울까

일본은 왜 만화왕국이 된 것일까? 실은 그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만화가 근대 일본을 만든 것이다. 또한 일본이 스스로 만화를 골랐던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을 만든 것이 초기 시사만화였고, 현대 최강의 제조업국가 일본을 만든 것이 주류 코믹스만화였다. 만화를 동반자로 고른 일본은 만화를 일본 최강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강력하고 물리적인 힘보다도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 우위에 서는 무기인 ‘소프트파워’로 만화처럼 강력한 일본의 자산은 없다. 불행한 역사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던 일본 만화, 언제나 일본 주류를 대변하는데 충직했던 일본 만화가 일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지워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은 아직은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일본 만화의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기사등록 : 2006-07-27 오후 10:16:39
기사수정 : 2006-07-28 오후 03:44:4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44815.html

Monday, July 24, 2006

협력업체 관리도 기업 책임

외국 기업들, 급여·노동시간에 화장실 청결까지 ‘계약 기준’
SK·팬택도 근로조건 개선 힘써…‘포스코 사태’ 반면 교사로


포항지역 건설 노동자들의 포스코 점거농성을 계기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대기업인 원청업체들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많은 국제적 기업들이 상표 가치와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주류기업인 디아지오는 세계 협력업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권고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80여 협력업체에 유엔 글로벌협약 원칙 아홉가지를 포함한 국제 수준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한다. 비록 권고지만 매년 두차례씩 이뤄지는 점검 때 점수가 낮게 나온 업체와는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계약의 기준이 된다. 점검 항목에는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비롯해 근무시간, 휴일, 잔업, 노조 활동, 미성년자 노동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식수의 청결도까지 포함돼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박군배 팀장은 “점수가 낮은 협력업체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미달 항목이 있는 업체들은 실행 의지를 파악한 뒤 대책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계 물류회사인 티엔티코리아는 모든 협력,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환경 △품질보증 △근로조건 등의 항목에 대한 실사와 서류검사를 1년에 한번씩 진행한다. 근로조건이나 작업장 환경 등 세부 기준에서 60점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도 거래 업체를 선정할 때 차별금지와 안전 등 ‘기업 책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몇몇 기업들이 있다. 팬택은 △노사관계 △연간 이직률 △안전재해 발생도 등 사회적 책임 기준을 적용해 협력업체들을 평가한다. 지난해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에 의해 울산공장을 점거당했던 에스케이㈜는 협력업체에 하루 8시간 근무, 노동자 임의해고 금지, 4대 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노사갈등 회피를 목적으로 사내 업무를 협력업체에 ‘외주’하고 있어, 하청과 재하청이 반복되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이다. 또 자사 직원과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것을 방패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민간 두뇌집단인 코레이의 이성규 박사는 “형편없는 조건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데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참인 만큼 협력업체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기사등록 : 2006-07-24 오후 06:56:53
기사수정 : 2006-07-24 오후 10:20:22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143770.html

‘결함 은폐의혹’ 결국 고개숙인 도요타 사장

세계1위 등극 앞두고 ‘흔들리는 품질신화’


[관련기사]
• 도요타 신 체제 출발, 오쿠다 회장 물러나
• “공부·운동 잘하는 부잣집애가 인간성까지 최고?”
• 세계 1위 눈앞 도요타 “고민 많네”
• 일본언론 “도요타 따라하다 ‘피’ 본다” 경계
• 도요타 천문학적 수익 뒤엔 ‘하청업체 쥐어짜기’
•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에 낀 거품
• 가이젠뒤엔 ‘장미꽃 피었다’ 공포의 노래
• ‘입이 딱 벌어지는’ 도요타의 두얼굴


지난 20일 일본 도쿄도내 호텔 도요타자동차의 기자회견장.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이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최근 도요타의 자동차 결함 은폐 의혹이 불거져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아랑곳않고 ‘뻣뻣한’ 태도를 보이던 도요타가 마침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세를 낮춘 것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그는 이어 “품질과 안전성에 엄중한 지적을 받고 있다”며 도요타차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음을 인정한 뒤 “‘품질의 도요타’의 신뢰를 조기에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품질담당 부사장 도요다 아키오는 “고객을 불안케 해 메이커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도요타 경영진의 이런 모습은 지난 11일 구마모토현 경찰당국이 다목적실용차(RV) ‘하이럭스 서프’의 결함 은폐 의혹을 제기했을 때와는 판이하다. 당시 경찰은 도요타가 1995~96년 핸들 움직임을 앞바퀴에 전달하는 조향장치의 강도 부족을 파악하고도 8년 동안 방치해 사고를 낳았다며, 도요타의 역대 품질담당 부장 3명을 업무상과실상해 혐의로 검찰에 서류송치했다. 2004년 5월 5명의 부상자를 낸 교통사고를 조사해온 경찰은, 사고 발생 뒤 도요타가 문제의 부품을 개량부품으로 바꾼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도요타는 리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방치한 게 아니라고 즉각 반발했다. 자사의 잘못이나 책임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성이 나서고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도요타는 20일 사죄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토교통성에는 결함 정보의 관리와 각 부문간의 정보공유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또 도요타는 사고 뒤인 2004년 10월 이 차량에 대한 리콜 신청을 할 때 결함이 11건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82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성은 21일 도요타 관계자들을 불러 정보 공유와 부서간 연계가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개선지시를 내렸다. 도요타는 은폐가 아닌 내부 시스템 미비를 시인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매듭지으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도요타 경영진의 ‘늑장사죄’ 등 안이한 대응으로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찰도 수사와 국토교통성 처분과는 별개라며 단호한 모습이다.


2003년 이후 도요타 리콜 갈수록 급증… 올해 벌써 100만대 넘어

게다가 최근 리콜 급증은 도요타의 품질경영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5년전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도요타의 리콜 대수는 2003년부터 급증했다. 2004년과 지난해는 180만대 이상이었고, 올해도 7월20일 기준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2004년 미쓰비시자동차가 리콜 은폐 사건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이후 혼다와 닛산 등 경쟁업체들의 리콜이 소폭 감소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들 업체의 리콜 대수는 품질경영을 자랑하는 도요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2003년 이후 매년 50만대 판매 증가 등 급속한 사업 확대 △해외생산 급증 △복수기종 부품공통화 등 비용절감으로 품질경영이 뒷전에 밀린 때문이라는 점을 도요타 경영진도 인정한다. 일부에선 미쓰비시 사건이 터지기 이전 도요타에선 리콜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와타나베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품질개선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 6월에는 품질보증 담당 부사장을 2명으로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작업장 안전에도 구멍이 뚫려 계열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지난해 20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도요타의 ‘박수부대’ 언론들도 “잇단 쓴소리”

그동안 도요타의 ‘박수부대’ 구실을 해왔던 일본 언론들도 도요타가 고개를 숙이자, 잇따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흔들리는 도요타의 신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칭찬받는 것밖에 알지 못하던 우등생이 갑자기 역풍을 만나 쩔쩔매는 꼴”이라며, “도요타가 최대의 무기인 품질에 불안이 생긴 만큼 성공에 취해 교만하지 말고 물건 만들기의 원점으로 돌아가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와타나베 사장의 사죄도 너무 늦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도요타의 세계적 신뢰와 평가를 지키기 위해 공개해야 할 정보는 공개하고 설명해야 할 사안은 정중하게 설명한 뒤, 겸허하게 업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24일 여기에 동참했고, 경제 주간지들도 무너진 도요타의 품질신화를 해부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기사등록 : 2006-07-24 오전 11:24:27
기사수정 : 2006-07-25 오전 01:29:48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43681.html

한-미 FTA, 무엇이 걸려 있나?

세계의창


미국과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국 내부에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자들의 논거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승자의 이득이 무역 증가로부터 타격을 받는 이들의 손실을 초과한다는 사실은 무역협정으로 낙오될 이들에게 거의 위안을 주지 못한다. 이 협정으로 손실을 보게 되는 이들(이 목록의 맨 위에 농민이 있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걱정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이야기의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자신이 맺는 무역 협약을 ‘자유무역협정’으로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이는 부정확한 것이다. 이 협정의 중요한 부분은 더 엄격한 특허와 저작권 규정의 형태로 보호주의적 제한들의 강화를 사실상 수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무역 협상가들은 소프트웨어, 연예, 의약 산업의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더 엄격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의제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이들 산업은 강력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통해 한국에서 자신의 생산물에 높은 가격을 매겨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은 이들 규정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돈이 걸려 있는 의약품과 관련될 때 특히 그렇다. 미국은 이들 분야 협상에서 표준 유형을 갖고 있다. 먼저 협상을 통해 새로운 지적재산권 규정을 요구한다. 그 뒤 협정이 발효하는 즉시 모든 조항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해석을 할 것을 압박한다. 그것이 훨씬 더 높은 의약품 가격을 뜻할 때도 그렇게 한다. 지난해 미국과의 협정에 서명한 오스트레일리아가 이런 행동 유형의 좋은 사례가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더 엄격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과 소비자로부터 특허와 저작권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로 단지 돈이 이전되는 데 불과하다. 한국인들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려는 관대함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협정 찬성자들이 보통 내세우는 주요한 주장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거대한 미국 시장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면 영화, 소프트웨어, 의약품 쪽에 더 많은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치들을 좀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 시장은 지난 10년에 걸쳐 1조1천억달러 이상 커졌다. 하지만 미국이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사실상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런 경상적자가 그리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 시장은 축소될 것이다.

경제정책연구센터에서 우리는 미국 경상적자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미국 수입시장이 앞으로 10년에 걸쳐 3천억달러 이상 축소될 것으로 추정한 간단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이것이 갖는 함의는, 경쟁을 통해 미국 국내 생산업자들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보다는, 한국 수출업자들이 급속히 축소되는 시장에서 자리 유지를 위해 중국·인도 등의 수출업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 커다란 선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론은 이렇다. 현재 논의되는 무역협정에서 한국은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양보를 요청받고 있다. 이런 양보는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그 대가로 얻는 혜택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의 향상이다. 미국 수입시장이 우리가 예측한 대로 축소된다면, 한국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값비싼 양보를 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딘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기사등록 : 2006-07-24 오후 07:53:00
기사수정 : 2006-07-24 오후 08:46:39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143799.html

Saturday, July 22, 2006

스타벅스는 왜 길목마다 있을까

스타벅스는 왜 길목마다 있을까


노출 빈도 높이고 브랜드의 중요도 각인시키는 도시 중심가 선점전략… 경쟁 브랜드가 들어설 틈을 주지 않는 원천봉쇄, 월마트도 마찬가지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이주의 용어

전략적 움직임(Strategic Move)

선점 전략(Preemptive Strategy)


도시 중심가를 걷다 보면 쉴 새 없이 마주치는 게 커피전문점 간판이다. 한때 탁구장 간판이 차지하고 있던 그 자리는 언제부턴가 당구장 간판으로 바뀌었고, 이내 PC방 간판이 되더니 이제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전문점 밀도는 전성기의 당구장 밀도에 못지않아서, 어떤 지역에 가면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같은 회사 커피전문점이 같은 블록에 두 개 자리잡고 있는 게 눈에 띌 정도다. 같은 회사 커피전문점끼리 같은 손님을 두고 경쟁하게 될 판이다.



△ 도시 중심가에 한 블록이 멀다 하고 빽빽이 간판을 내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위치 선점 전략은 이웃에 들어서는 경쟁 커피전문점의 마케팅 효과를 압도해버린다.





경영 능력이 떨어져서 매장 위치 선정이 혼선을 빚은 것일까? 물론 아니다. 고도로 설계된 전략적 움직임(Strategic Move)이다. 선점 전략(Preemptive Strategy)을 사용해 세계 커피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기업, 스타벅스 이야기다.


매장당 수익성 떨어져도 광고비로 충당


스타벅스는 사업 확장기에 미국에서 20여 명의 부동산 전문가를 고용했다. 매장 위치 선정을 가장 중요한 사업 전략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0여 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다시 미국 전역을 지역별로 맡아 해당 지역 부동산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목표는 명료했다. 북미 지역 모든 주요 도시의 모든 중심가를 스타벅스 간판으로 뒤덮는 것이었다.

위치가 중심가의 핵심적인 곳이라면, 그 매장이 코너이든 삼각형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간판을 걸 수 있으면 됐다.

지역 부동산 업자가 최적의 입지를 찾아오면, 스타벅스는 그 수수료의 일부를 부담했다. 가장 뛰어난 전문가를 찾아내기 위해, 임대인이 지불하는 수수료에다 웃돈을 얹어준 것이다.

한 도시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걸려 있는 간판은 제품 마케팅에 세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이 지역에는 매우 많은 사람이 지나다닌다. 노출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여기다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요하고 고급스런 상표’라는 이미지를 사람들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 많은 금융사가 본점 위치로 집세 비싼 서울 명동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도시의 여론 주도층이다. 이들의 소비 행태가 도시 전체 소비 행태를 이끈다. 소비 주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적어도 하나 정도의 간판은 중심가에 노출시킨다. 그 매장이 비싼 집세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스타벅스는 이 전략을 좀더 밀고 나갔다. 중심가의 간판은 아예 스타벅스가 모두 장악해버린다는 전략이었다. 아예 다른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설 틈조차 없도록 말이다. 매장당 수익성이 떨어지겠지만, 그 손실은 광고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대중매체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도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한 블록이 멀다 하고 걸려 있는 도시 중심가의 스타벅스 간판은, 이런 선점 전략의 결과였다. 이미 스타벅스 간판이 빼곡히 걸려 있으니, 다른 커피 회사들은 이제 중심가 매장의 마케팅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선점 전략이란 이렇게 상대방이 쓰고 싶어할 것 같은 전략을 미리 예상하고, 먼저 그 영역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상대방이 그 전략을 쓸 때 얻는 효과가 줄거나 아예 손해가 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선점 전략을 포함해, 이렇게 상대방의 대응을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내리는 의사 결정을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부른다.

월마트 역시 정교하게 설계된 선점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린 기업이다. 지역의 중소 상인들을 무너뜨리면서 성공한 것이야 유명한 이야기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중소 상인과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기껏 시장을 닦아두면, 그 시장에 다른 할인점이 들어오면서 또다시 출혈 경쟁이 시작되곤 했다. 월마트가 처음 시장에 나타난 1970년대, 미국 할인점 업계에는 경쟁자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정리되고 월마트 혼자 시장지배력을 갖게 됐다. 그 선점 전략은 이랬다. 우선 할인점이 들어설 만한 중소 도시를 선정한다. 단, 기존 대형 할인점이 없고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지역 유통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도시를 뽑는다. 그리고 그 도시에 진출하되, 도시 전체 상권 규모에 해당하는 규모의 거대한 부지를 확보하고 매장을 짓는다.


월마트, 한국에서 선점전략의 한계를 깨닫다


그 뒤 출혈을 감수한 가격 경쟁으로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나면, 다른 할인점은 웬만해선 진출을 꿈꾸지 않게 된다. 그 도시에는 월마트 하나만 있어도 된다. 다른 업체가 진출했다가는 출혈 경쟁이 될 것이 뻔하다. 그러니 아예 진출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때 슬슬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 결과를 노린 게 월마트의 선점 전략이었다.

벼랑 끝 전략은 국가만 쓰는 게 아니다. 기업의 시장 선점 전략도 일종의 벼랑 끝 전략이다. 상대방이 시장에 진입하면 다 같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서, 아예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언젠가, 누군가는 반드시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게 경쟁의 법칙이다. 요즘 들어 월마트가 지역 주민과 ‘상생 경영’을 외치고 나서는 것도, 어쩌면 냉혹한 시장 선점 전략의 한계를 깨달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http://h21.hani.co.kr/section-021134000/2006/07/021134000200607200619072.html

죄수의 딜레마, 기저귀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 기저귀의 딜레마


가만 있는게 더 이익인 기저귀 회사들은 왜 연구개발에 거액을 투자할까 … 게임이론이 두 업체의 경쟁 설명, 죄수의 딜레마가 소비자를 승리자로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시장 진입 방해(Entry Deterrence)

선점 전략(Preemptive Strategy)


인생에서 단 한 번의 시기, 약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30년 안팎이 흐른 뒤, 다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인다. 이렇게 사들이는 분량이 한국 시장 전체로 따지면 연간 3천억원 규모다. 아기 기저귀 이야기다.


연구개발은 시장 진입장벽도 높여


기저귀를 살 때마다 그 놀라운 진화 속도에 놀란다. 그렇게 얇고 가벼운 종이에 그렇게 많은 수분이 흡수된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수분이 흡수되면 겉에 색깔이 표시되기까지 한다. 요즘은 새지 않게 날개까지 달아준다. 그것도 모자라,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안에 차서 습진이 생기지 않도록, 어느 수준이 되면 저절로 날개가 열려 수분을 바깥으로 빼내준다.

이런 제품 혁신이 이어지려면 분명히 상당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할까?

기저귀라는 상품에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고, 많은 시장에서 2~3개 업체가 대부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상태에 있다.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일정한 수의 사람들은 어차피 기저귀를 사게 된다. 품질을 개선한다고 팔리는 기저귀의 총량이 눈에 띄게 늘어날 리는 없다.

기저귀 회사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다들 지금이라도 연구개발을 다 함께 멈춘다면 그 비용 절약 몫만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저귀 회사들이 자신의 이윤보다 소비자의 편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타주의자들일 리는 없으니 말이다.

정답은 게임이론(Game Theory)에 있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을 대입해보면 기저귀가 자꾸만 진화를 거듭하는 이유가 나온다. 최소한 미국에서 벌어진 기저귀의 놀라운 진화는, 기저귀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킴벌리클라크와 P&G 두 기업 사이에 벌어진 게임의 결과다.

미국 기저귀 시장은 P&G의 팸퍼스와 킴벌리클라크의 하기스가 양분하고 있다. 유력한 상표라고는 딱 두 개밖에 없으니, 둘 다 연구개발에 돈을 들이지 않으면 분명 이득이다. 아기들은 어차피 계속 태어나고, 부모들은 기저귀를 계속 사들인다. 시장에는 둘 말고는 유력한 회사도 없다. 어차피 둘 중 하나를 산다. 속된 말로 놀고먹어도 노나는 장사다.

그런데도 두 회사는 끊임없이 거액을 투자해 연구개발을 이어간다. 연구개발 전쟁을 일으키는 동력인 두 회사 사이의 게임은 표 하나로 요약된다.

(표는 사이트 직접 가서 보세요...)

기저귀 산업의 이익, 즉 두 기업의 이익의 합은 둘 다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을 때 최고 수준이다. 두 기업 모두 60씩의 이익을 거둬가고, 산업 전체 이익은 120이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에 투자할 경우 산업 전체의 이익은 40으로 가장 적다. 한 회사만 투자했을 때, 산업 전체의 이익은 60으로 중간 수준이다. 그런데 둘 중 한 회사만 투자할 경우, 투자하지 않은 회사가 20만큼의 적자를 얻게 된다.

그러나 둘 중 한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P&G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똑똑한 기업이라면 먼저 유력한 경쟁자의 반응을 예측하고 나서 전략을 결정할 것이다.

킴벌리클라크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경우, P&G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20, 투자하지 않으면 -20의 수익을 얻는다. 물론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킴벌리클라크가 투자하지 않을 경우, P&G는 투자하면 80, 투자하지 않으면 60의 수익을 얻는다. 여기서도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결론적으로 킴벌리클라크의 반응과 관계없이 무조건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거꾸로 킴벌리클라크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아기 기저귀 종이 질이 왜 좋아지고 날개는 왜 생겨났는지가 이제야 설명된다. 연구개발과 제품 혁신은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있던 두 기업에게는 필연적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연구개발 투자에는 기존 과점기업들을 신규 진입 기업들로부터 지켜주는 효과도 있다. 킴벌리클라크의 하기스와 P&G의 팸퍼스 기저귀가 엄청나게 진화하는 동안, 새로운 기업이 기저귀 시장에 진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앞선 두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면서 쌓아둔 기술력을 따라잡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담합을 통해 딜레마에서 벗어난다면?


이게 바로 시장진입 방해효과(Entry Deterrence)이다. 기저귀는 점점 둘만의 시장이 되어버린다. P&G와 킴벌리클라크 사이의 게임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었다면, 이 두 회사와 잠재적 기저귀 생산업체들 사이에도 시장 선점 전략(preemptive strategy)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 사정이야 어쨌든, 연구개발 투자로 기저귀 품질이 자꾸 좋아지면 아기와 부모들 기분도 좋아진다. 일단 이 게임의 승자는 소비자다.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담합을 통해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법을 터득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http://h21.hani.co.kr/section-021134000/2006/07/021134000200607060617066.html

서너 살배기에게 전체주의 교육?

쪼국과 민족의 장스런 태극기 앞에…


월요일마다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어린이집들…
“서너 살배기에게 전체주의 교육하나” 소수 부모들의 항변은 묵살돼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나는 장스런(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쪼국(조국)과 민족의 뭉한(무궁한) 영광을….”

지난해 봄 경기 구리에 사는 유키코 오노(31·가명)는 3살짜리 아들 진한(가명)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한 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처음 들은 것이 그때였다.


이상한 사람 취급당한 일본인 어머니


진한이는 어린이집에서 배웠다고 했다. 애국주의에 심한 거부감을 느껴 일본에서 한 번도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고 히노마루 앞에서 절하지 않았던 유키코는 아이 입에서 ‘무궁한 영광’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섬뜩했다.

진한이는 ‘국기에 대한 맹세’ 외우기를 재밌어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도 신나게 불러댔다. 유키코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어린이집 원장에게 편지를 써 진한이의 가방 속에 넣어 보냈다.

“세계와 함께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런 조국과 민족’은 개인이 스스로 느껴야 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원장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이해해달라. 모든 학부모들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뒤 유키코는 어머니회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꺼냈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만 당했다. “다 하는데, 뭐가 문제냐?” “괜찮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다 하고 자랐다” “일본인이라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수군거림만 들렸다.

과연 한국인과 일본인의 민족적 차이 문제일까. 혹은 식민지와 피식민지 국가의 역사적 체험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일까. 적어도 경기 성남에 사는 수민(3)이의 아버지 김진수(32)씨는 그렇지 않았다. 김씨 또한 지난 5월 36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이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듣고 어린이집과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어디서 배웠냐고 넌지시 물어봤는데, 어린이집에서 배웠다고 하더군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한테 벌써 이런 것을 가르치다니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민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 흉내까지 냈다. 교사에게 물어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애국조회를 한다고 했다. 수민이는 월요일 아침마다 태극기 앞에서 경례와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불렀다.

“조국의 부름 받아 일어선 우리, 침략 막고 재난 막는 향토의 방패, 나라 위해 바친 몸….”

1982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민방위의 노래>를 멋모르고 열심히 배운 김씨는 5월4일 민방위 교육에 나가 이 노래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잘 부른 뒤,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항의문을 올렸다. 여태까지 <민방위의 노래>를 외우고 있는 자신이 서글펐기 때문이다. 자신은 멋모르고 열심히 배웠지만, 딸은 그렇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담임교사와 원장에게도 몇 번이고 애국조회를 중지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원장은 “교육 철학”이라며 애국조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주위 학부모들도 덧글을 써서 원장 편을 들었다. “독도 문제, 월드컵… 우린 모두 대한민국 사람이라서 같이 울고 웃는 것이 아닐까요? 부모를 내가 선택할 수 없듯 나라도 내가 선택할 수 없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닐지.”

김씨는 “그럼 수민이라도 월요일에는 보내지 말자”고 했지만 수민이가 어린이집을 좋아해 포기했다. 다른 어린이집 역시 애국조회를 한다는 것을 알고 어린이집을 옮길 계획도 접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재밌어하는 아이에게 ‘네가 배울 때가 아니다’라고 하겠어요? 한숨만 쉴 뿐이죠.”

애국조회는 ‘애국조회’나 ‘주례’라는 이름으로 대다수 어린이집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로 월요일에 강당이나 큰 교실에 전체 원생이 모여 줄을 선 뒤, 태극기 앞에서 경례와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국민의례가 끝나면 원장은 아이들 앞에서 훈화를 한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독도 문제나 월드컵 같은 애국심과 관련한 시사적인 주제를 고른다”고 말했다. 운동장 열병과 주번 교사의 엄한 호통이 없을 뿐이지 애국조회의 골격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판단 능력 없는 아이에겐 폭력


어린이집의 애국조회는 어떠한 근거에서 시행되는 것일까. 여성가족부 소관인 어린이집은 교육부가 권고하는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윤경 전국보육노조 사무처장은 “상당수 어린이집이 유치원 교육과정을 준용해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0년에 발표한 ‘제6차 유치원 교육과정’은 건강·사회·표현·언어·탐구생활 등 5대 영역으로 나누어 단계별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사회생활 영역에는 ‘태극기·애국가에 대한 예절을 알고 지킨다’는 교육목표가 들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애국조회를 매주 실시하라는 지침은 나와 있지 않다. 유성희 서울 노원구립어린이집 연합회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대부분 애국조회가 실시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실제 생활에서 나라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소방서나 교통안전시설 견학 등을 통해 체험하는데, 애국조회도 이것과 연계해서 자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애국조회와 같은 애국심 교육이 서너 살배기 아이들에게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오는 전체주의적 문구가 아이들에게 적합한지도 논란거리다. 선과 악의 보편적 윤리조차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가르치는 건 폭력이라는 게 유키코와 김진수씨의 생각이다.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생태유아교육학회장)도 이 문제에 대해 몇몇 어린이집 원장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학부모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학부모들에겐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 하면 똑바로 서 있는 게 대견해 보이는 거죠.”

그러나 임 교수는 “이런 관행은 아이들을 국가주의에 매몰시킬 수 있다”며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르치는 것은 몰라도 ‘국가는 무조건 옳고 충성해야 한다’는 맹목적 관념을 가르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윤경 사무처장도 “영겴??단계는 인지적 교육이 적당하지 않은 시기”라며 “추상적 개념인 국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애국조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기미가요 강제와 뭐가 다른가


한국과 일본의 학부모는 공통적으로 “내 아이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키코는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히노마루·기미가요 강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고, 김진수씨는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맹세는 가장 나중에 따라 배우고 외우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주의에 대한 유키코와 김씨의 촉각이 너무 예민한 것일까.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때 인터넷에서 ‘황우석 살리기’에 나선 상당수 네티즌은 청소년들이었다. 청소년들은 월드컵 기간에는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를 외치며 국가주의 축제에 흥분했다. 유키코와 김씨는 여기서 자식들의 미래를 본다.

임 교수는 “독일 발도로프 프로그램을 따르는 유치원에선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낭송해준다”며 “판단 능력도 없는 아이들이 일방적인 국가주의 교육을 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애국조회도 미리 가르치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안해도 되는 국기 의식을 치르는 이유

애국조회는 월요일 아침에 열린다. 애국조회가 유래된 일제 식민지 학교에서도 월요일 아침에 열렸다. 의식은 ‘동방요배’라 불리는 동쪽에 있는 일왕에 대한 큰절로 시작됐다. 일왕과 일본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황국신민서사의 제창이 이어졌고, ‘조국을 사랑하라’는 교장의 애국 훈화와 고학년 주번의 주훈 낭독도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풍경들은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일제시대 ‘황국신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국가주의 의식은 1970년대 초반 유신체제에 즈음해 대대적으로 되살아났다. 학생들은 교육칙어 대신 국민교육헌장을, 황국신민서사 대신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생긴 변화라면, 많은 학교가 ‘애국조회’에서 ‘애국’이라는 단어를 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뙤약볕에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운동장 조회를 고수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학교가 운동장 조회를 줄이고 방송 훈화 등으로 바꾸고 있다”며 “그러나 조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실시되는 것으로, 교육부나 교육청이 지도·감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애국조회도 교사의 재량에 따라 실시된다는 점에서 학교와 똑같다. 경기 용인의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남아무개(34) 교사는 “대다수 어린이집들이 한글·영어 등 초등학교 내용을 미리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규 학교에서 진행되는 애국조회를 따라 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모두 자발적으로 애국조회를 실시한다. 취재 도중에 만난 교사들도 “날로 공동체 정신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애국심을 가르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지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시작하는, 군사정권이 심어준 한국인의 내면 의식이 이런 어린이집의 관행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크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6/07/021005000200607130618088.html

정권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

친일·반공세력 변신 거듭 기득권 유지
지역 정치인, 국회의원 시민보다 보수적
올바른 자치 복원이 사회민주화 나침반


‘시민과 세계’ 여름호 지역 민주주의 집중분석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정치권은 다시 2007년 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분명히 들고 탔는데 뭔가 빼먹고 내린 느낌은 없는가.

반연간지 〈시민과 세계〉는 올 봄과 여름, 한국 사회가 깜빡 빠뜨린 물건 하나를 여름호에 담아 시민들 앞에 내놓았다. 지방자치, 지역정치, 지역 민주주의다. 지방자치 20년째를 맞는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 토호’는 맹위를 떨쳤다. 민주개혁세력의 고민을 대표하는 〈시민과 세계〉는 다시 한번 지역 민주주의 문제에 천착하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의 한 순환이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6월의 출발점에 선” 오늘의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지역 토호에 대해 이병천(강원대)·홍윤기(동국대) 교수는 “냉전반공세력, 친일보수기득권세력으로서 지역에 깊이 뿌리박은 ‘이웃 어르신’들”이라고 정의내린다. 워낙 뿌리가 깊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뤄지는 존재”(홍성태 상지대 교수)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이들이 “지역의 권력·행정·경제·언론·지식을 장악해 민주주의를 왜곡하며 부를 챙기고 있다”며 “지방자치는 사실상 토호자치”가 됐다고 짚었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토호자치’의 양상을 지방정치 엘리트들의 이념성향을 통해 드러냈다. 장 교수는 몇가지 조사결과를 거론하며 “지방정치인들이 국회의원들에 비해 보수적이고 일반 시민들에 비해서도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소속 정당별로도 이데올로기적 차별성이 없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보수’의 이념으로 균질화된 인물들이 지방정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장,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 등이 다시 그 연원을 살폈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고 짚은 김주완 부장은 친일파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토호세력으로 정착한 뒤,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변신을 거듭하며 기득권을 지켜온 생생한 사례를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적었다. 지역의 언론사주, 자유총연맹 지회장, 새마을운동 지회장, 바르게살기운동 지회장 등이 모두 건설회사 사주라는 점에 이르면 지역토호의 폐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특히 김 부장은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역시 이런 지역토호를 활용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미옥 사무국장은 대구 지역의 한 ‘대표 일간지’가 지역의 토건사업과 어떻게 유착해 지역 경제 및 여론을 왜곡했는지를 짚었다. 지역의 유력 일간지의 언론인들이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해 도시개발을 심의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불법·탈법의 경계를 넘어 대규모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이에 대한 지역의 비판여론을 모르쇠하는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짚었다.

토호정치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06년 여름, 참여사회연구소가 펴내는 〈시민과세계〉가 지역 민주주의에 주목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홍성태 교수는 “지역은 우리의 삶이 이뤄지는 공간이고, 지역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사회·경제의 민주화가 지역의 문제에 모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기사등록 : 2006-07-21 오후 08:23:18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143235.html

Thursday, July 20, 2006

‘플라스틱 비행기’도 뜬다

앞으로 외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은 플라스틱 비행기를 타고 다니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비행기회사인 보잉의 앨런 물랄리 사장은 앞으로 737 비행기가 모두 비금속 재료나 복합재료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 인터넷판이 17일 전했다. 17일 개막한 판버러 에어쇼를 앞두고 물랄리 사장은 “복합재료는 부식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비행기는 모두 복합재료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성이 다른 두 개 이상 소재를 섞은 복합재료는 이미 테니스 라켓과 자전거 바퀴살에 이용되고 있다.

내년 처녀 비행을 할 예정인 보잉의 신형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도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복합재를 이용해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신형 737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은 앞으로 5년은 넘어야 준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물랄리 사장은 내다봤다.

200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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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만드는 박테리아 발견”

금가루 한데 모으는 역할

자연 상태에서 조그만 금가루들을 한군데 모아 금괴를 만드는 박테리아가 호주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호주 일간 쿠리어 메일에 따르면 호주 조경·환경·광물탐사연구소는 15일 프랭크 리스 박사팀이 실시한 연구 결과 ‘랄스토니아 메탈리두란스’라는 조그만 박테리아가 자연 환경 속에서 금가루를 한군데 모아 금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며 금광을 탐사하는 데 이 박테리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스 박사는 자연 상태에서 금가루가 이동할 때 랄스토니아가 조그만 금가루들을 붙잡아 한 데 뭉치는, 일종의 채집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실 실험에서도 금 알갱이들이 두어 달 뒤에는 한데 뭉쳐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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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동력 비행기’ 떴다

日 세계 첫 59초 유인비행
시판 배터리 160개 사용


건전지를 동력으로 한 유인 비행기가 세계 최초로 비행에 성공했다. 16일 일본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 비행장에서 시중에서 판매 중인 건전지 160개를 동력으로 이용한 프로펠러 비행기가 59초간의 비행에 성공했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이 1인승 비행기는 너비 31m, 무게 54kg의 초소형으로, 마쓰시타전기와 도쿄공업대 동아리가 공동 제작했다. 비행기는 제작에 참여한 대학생 한 명을 태우고 지상 5.2m 상공으로 사뿐히 날아올라 59초간 체공했다. 비행거리는 391m. 이 비행기는 마쓰시타전기가 2004년 4월 이래 개발해온 160AA 옥시라이드(Oxyride) 전지를 동력으로 삼았다.

비행기를 조종한 도쿄공대 학생 가미야 도모히로는 “계획 단계에서는 반신반의했지만 실험을 반복하는 사이에 비행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가미야의 체중은 53kg으로 기체 무게와 거의 같았다. 이날 비행에는 일본항공협회 관계자가 입회, 기록을 공식 측정했다.

◆마쓰시타전기·도쿄공업대 공동 제작

도쿄공대와 마쓰시타전기는 지난 1월 배터리를 동력으로 하는 비행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개발팀은 4월 배터리 비행기 제작을 완료, 첫 시험비행에서 회전과 육상에서의 자체 동력을 이용한 이동에 성공했다. 두 번째 시험비행에서는 2m까지 날아올라 약 400m를 비행했다고 마쓰시타 측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16일의 비행은 일본항공협회 관계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첫 시험비행으로 “건전지를 동력으로 한 공식적인 세계 첫 유인비행”이라고 덧붙였다. 옥시라이드 전지는 일반 알칼라인 전지보다 1.5배 정도 힘이 세고 오래 가는 것로 알려져 있다.

2006-07-18
최승진 hug@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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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ly 17, 2006

세살 경험 평생 건강 좌우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
통계 수치일 뿐, 실제로는 무의미한 숫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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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일찍 떼면 알코올 중독
생후 첫 여름 뜨거우면 고혈압 ‘위험’

젖을 일찍 떼면 아이가 어른이 된 후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홀저 소렌손 박사팀은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태어난 남성 3245명과 여성 3317명을 대상으로 1999년까지 알코올 중독 관련 진단 병력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들 조사 대상은 34%가 한 달 이하의 모유 수유를 받았지만 추적 조사 결과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던 138명 중에서는 63명이 한 달 만에 모유 수유가 중단된 반면 그 이상 모유를 수유받은 사람은 75명이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모유 수유를 조기에 중단하는 데 따른 알코올 중독 위험성 증가 비율이 6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적자생존’ 현상의 일종

한편 생후 첫 여름이 뜨겁고 건조하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고혈압이 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데비 로울로 박사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역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생후 첫 해 여름이 무더우면 이로 인한 탈수로 나트륨 저류(retention)가 과다해져 평생 염분이 많은 음식 맛에 길들여지면서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로울로 박사는 이는 심한 탈수에 대비해 나트륨과 물을 보존하려는 일종의 자연도태(적자생존) 현상이지만 현대 사회생활에서는 환경 조건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나트륨 저류가 오히려 혈압 상승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말했다.

로울로 박사는 20세기 초에 태어난 영국인 여성 39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분석 결과 출생 첫 해에 가장 뜨겁고 건조한 여름을 겪었던 사람은 비교적 서늘하고 비가 많은 여름을 지낸 사람에 비해 설사와 탈수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고 나중 성인이 되었을 때 고혈압 환자가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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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주민증 주민번호.지문 안 보이게 제작

주민번호 체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이미 수많은 번호가 유출된 상태에서... 이 정도 비용 들일 거면,
처음부터 다시 사회보장번호로 시작하는 거랑 뭐가 다른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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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 사이언스타임즈 2006-02-09 17:20]

주민증 발전모델 공청회 10일 개최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주소 등 주요 정보를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주민등록증이 차세대 주민등록증 발전모델의 기본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10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민증 발전모델 기본안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연구사업단이 마련한 기본안에 따르면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우선 주민증에 수록하거나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정보를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민증 외부에는 성명(영문 성명), 생년월일, 성별, 사진, 주민증발급번호, 발급기관정보를 수록하고 개인 프라이버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민번호와 지문, 주소, 인증서, 비밀번호 등의 정보는 주민증에 내장된 IC칩에 수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신분확인을 할 수 있게 주민증 발급번호나 개인인증서 등을 주민증에 수록함으로써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주민증을 이용해 등.초본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인증서 수록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주민증을 출.입국절차 간소화와 경로우대 확인, 건강보험증 자격 여부 확인 등에도 사용할 수 있고 부가기능을 더 확충하면 향후 다양한 행정서비스와 전자투표 등까지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또 위.변조와 오.남용 방지 강화를 위해 암호화 등 선진보안 기술을 적용, 차세대 주민증을 설계하고 또 주민증 발급번호를 온라인상에서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구사업단은 제2차 공청회에 이어 공청회와 토론회를 더 열어 발전모델을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http://fnn.freechal.com/fnn/content?ct=109&ci=4de31ef73d6a04c601407138b962cf5f&ah=doc



“차세대주민증 교체발급 4천억-5천억원 소요”
[연합뉴스 | 2006-05-25 11:43]

장당 1만원내외 예상.IC칩 내장 방식 유력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차세대 주민등록증 발급 비용이 1장당 1만원선 내외로 예상됨에 따라 이 사업을 하려면 4천억-5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전자주민증에 공인인증서가 탑재돼 온라인 신원확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연구사업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결과보고서’를 장인태 행자부 제2차관 등이 참석 한 가운데 열린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보고회’에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교체발급될 전자주민증은 IC칩이 내장된 ‘스마트카 드’ 형태로 만들어진다.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우선 주민증에 수록하거나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정보를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민증 외부에는 성명(영문 성명), 생년월일, 성별, 사진, 주민증발 급번호, 발급기관정보를 수록하고 개인 프라이버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민번호와 지문, 주소, 인증서, 비밀번호 등의 정보는 주민증에 내장된 IC칩에 수록하는 방안 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신분확인을 할 수 있게 주민증 발급번호나 개인인증서 등을 주민증에 수록함으로써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주민증을 이용해 등.초본 사항까지 확 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인증서 수록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주민증을 출.입국절차 간소화와 경로우대 확인, 건강보험증 자격 여부 확인 등에도 사용할 수 있고 부가기능을 더 확충하면 향후 다양한 행정서 비스와 전자투표 등까지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또 위.변조와 오.남용 방지 강화를 위해 암호화 등 선진보안 기술을 적용, 차세 대 주민증을 설계하고 또 주민증 발급번호를 온라인상에서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업단이 추정한 전자주민증 한장당 가격은 1만원내외로 2009년께 발급대상 인 구를 4천만명으로 보면 4천-5천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음달 행자부 자체 기본계획을 마련, 타 부처와 협의를 거치는 등 각계 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방침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주민증 교체에 들어가는 예산이 큰 금액이지만 유비쿼터스 사 회의 편의효과를 고려하면 국고낭비로만 볼 수는 없다”며 “비용 부문도 발급을 단계 별로 또는 연차별로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aehong@yna.co.kr (끝)

http://fnn.freechal.com/fnn/content?ct=109&ci=696c680a3d6a04c600fdc68b6a76b5e8&ah=doc

일본 거리 ‘육아 택시’ 달린다

유치원·학원까지 안전 수송
유아 범죄 예방에 큰 효과


일본에서 ‘육아 택시’가 각광받고 있다.

육아 택시는 보호자의 전화 한통화로 어린아이들을 어디든 ‘픽업’해주는 택시 서비스. 시사저널(872호)은 최근 일본에서 확대 운영되고 있는 육아 택시의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육아 택시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4년. 일본 남쪽 가가와현의 하나조 택시회사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현재 가가와현에 관련 회사가 9개로 늘어나고, 도쿄도에서도 내년 1월 시범 운행할 만큼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현재 가가와현에는 특별 교육을 받은 70여 명의 육아 택시 기사가 24시간 주택가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여성 사장의 머리에서 떠올랐다. 하나조 택시회사의 간노 미치코 사장은 육아 지원 활동을 벌이는 비영리활동법인으로부터 ‘일이 늦어질 경우 보육원에 맡긴 아기가 가장 걱정스럽다’와 같은 젊은 엄마들의 고충을 전해 듣고 사업에 착수했다.

시사저널은 육아 택시 서비스는 어린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는데 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육아 택시 내부에는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간단한 침구까지 준비돼 있다. 때로는 병원·시장·유치원·학원에 데려다 준 뒤 필요한 절차를 밟아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기는 것까지 운전기사들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집에 바래다 주고 열쇠를 채우는 것까지 운전기사가 담당한다.

잡지에 따르면 육아 택시 서비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터기에 찍힌 요금 이외에 추가되는 봉사료도 없다. 시간제 베이비시터보다 비용이 되레 싸다는 것도 장점이라는 설명. 특히 일본 사회에서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흉악 범죄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는 터라 육아 택시에 대한 부모들의 호감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에는 전국육아택시협회도 결성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육아 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기권 제도, 합승제 등 각종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시사저널은 보도했다. 또 부족한 인력은 정년 퇴직자로 메운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은 일본의 육아 택시가 소자녀화 문제와 유아범죄 예방에 효자 노릇을 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고 전망했다.

2006-07-04
시사저널 872호

http://www.metroseoul.co.kr/

날개 16개 달린 항공기 난다

미래 바꿀 신기술 소개 눈길
다대다 방송 TV도 상용화


“날개 16개를 돌려서 나는 헬리콥터형 항공기, 다대다 방송이 가능한 인터렉티브 TV….”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해 이틀 동안 열리는 ‘2006 국가지정연구실(NRL) 연구성과 전시회’에서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신기술이 대거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연구성과들이 적잖게 선보여 향후 과학계와 학계, 산업현장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헬리콥터 비켜라”=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의 김승조 교수팀은 동체 옆에 붙은 칼날 모양의 날개(블레이드)를 돌려서나는 신개념 항공기 ‘싸이클로콥터(사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실험 모델을 선보였다.

싸이클로콥터는 블레이드 8개씩을 붙인 ‘물레방아’ 형태의 날개를 동체 양 옆에서 돌려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항공기로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이 적고 초저속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 교수팀은 4㎏짜리 실험 모델의 수직 이륙 실험을 끝낸 상태로 올 연말까지 100㎏급 중형 모델의 비행 테스트를 마칠 계획이다.

◆ “한국형 로켓 우리가 쏜다” = 서울대 로켓추진연구실의 윤영빈 교수는 로켓 엔진의 핵심부품인 ‘연료분사기(인젝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젝터는 엔진 연소실에 항공유와 산화제를 섞어 분무기처럼 고루 뿌려주는 역할로, 불완전 연소를 막아 로켓의 엔진 폭발을 방지하는 ‘알짜’ 기술이다. 최근 발사된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도 이 인젝터 불량으로 궤도 도중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 교수팀은 러시아의 인젝터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연구를 진행, 2015년 발사되는 위성로켓 ‘KSLV-2(Korea Space Launch Vehicle-2)’에 국산 인젝터를 얹을 계획이다.

◆“인터랙티브 TV 시대 연다”=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이동만 교수팀의 ‘멀티캐스트 프로토콜’이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네트워크상에서 1명의 방송 주체가 여러 명의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을 보내는 종전의 ‘일대다’ 멀티캐스트에서 더 나가, 다수의 송신자가 서로에게 방송을 뿌릴 수 있는 ‘다대다’ 방식까지 손쉽게 구현하는 통신 소프트웨어.

이 SW가 상용화되면 다수의 시청자가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방송사나 다른 네티즌에게 콘텐츠 등의 데이터를 보내는 대규모 인터랙티브(양방향) TV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상용화할 수 있어 방송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20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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