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4, 2006

협력업체 관리도 기업 책임

외국 기업들, 급여·노동시간에 화장실 청결까지 ‘계약 기준’
SK·팬택도 근로조건 개선 힘써…‘포스코 사태’ 반면 교사로


포항지역 건설 노동자들의 포스코 점거농성을 계기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대기업인 원청업체들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 많은 국제적 기업들이 상표 가치와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주류기업인 디아지오는 세계 협력업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권고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80여 협력업체에 유엔 글로벌협약 원칙 아홉가지를 포함한 국제 수준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한다. 비록 권고지만 매년 두차례씩 이뤄지는 점검 때 점수가 낮게 나온 업체와는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요 계약의 기준이 된다. 점검 항목에는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비롯해 근무시간, 휴일, 잔업, 노조 활동, 미성년자 노동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식수의 청결도까지 포함돼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박군배 팀장은 “점수가 낮은 협력업체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미달 항목이 있는 업체들은 실행 의지를 파악한 뒤 대책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계 물류회사인 티엔티코리아는 모든 협력,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환경 △품질보증 △근로조건 등의 항목에 대한 실사와 서류검사를 1년에 한번씩 진행한다. 근로조건이나 작업장 환경 등 세부 기준에서 60점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도 거래 업체를 선정할 때 차별금지와 안전 등 ‘기업 책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몇몇 기업들이 있다. 팬택은 △노사관계 △연간 이직률 △안전재해 발생도 등 사회적 책임 기준을 적용해 협력업체들을 평가한다. 지난해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에 의해 울산공장을 점거당했던 에스케이㈜는 협력업체에 하루 8시간 근무, 노동자 임의해고 금지, 4대 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노사갈등 회피를 목적으로 사내 업무를 협력업체에 ‘외주’하고 있어, 하청과 재하청이 반복되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이다. 또 자사 직원과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것을 방패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민간 두뇌집단인 코레이의 이성규 박사는 “형편없는 조건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데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참인 만큼 협력업체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기사등록 : 2006-07-24 오후 06:56:53
기사수정 : 2006-07-24 오후 10:20:22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1437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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