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네오콘, 더이상 지지할 수 없는 어떤 것”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미국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후쿠야마 교수는 내달 발간 예정인 '네오콘 이후:교차로의 미국'이라는 새 저서에서 "신보수주의는 더 이상 내가 지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새 저서에서 이라크 전쟁 3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역사가 이라크 전쟁을 우호적으로 판단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가디언이 발췌해 소개한 후쿠야마 교수의 신간 초록이다.
『부시 행정부 안팎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정권교체와 이라크 및 중동지역의 민주화를 주장했지만, 이들의 이상주의적 의제는 수개월에서 수년 이내에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다.
네오콘 의제의 문제는, 목적이 아니라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과도한 군사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에 요구되는 것은 편협하고 냉소적인 현실주의로 귀환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을 합치시키는 "현실적 윌슨주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지지자들은 냉전의 종식을 통해 사고를 형성했다.
이들은 독재 정권의 교체만 성사되면 곧 바로 나타날 사회가 민주주의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 또 세계가 미국이 휘두르는 권력에 어떻게 반응할지 잘못 해석했다. 냉전 이후 국제 정치는 크게 변했으며, 동맹국들의 눈에 미국의 이런 권력 행사는 문제점으로 비치게 됐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자비로운 패권국이라는 생각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벌써 오래 전에 미국의 대외 관계에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여러 가지 경고 신호들이 있었다.
세계가 미국의 자비로운 패권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자비로운 패권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미덕을 갖췄기 때문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대다수 미국인들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 거액을 쏟아부으며 이라크에 개입할 의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충분한 명분을 갖지 못했으며, 이라크를 민주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비로운 패권주의를 비판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불렸던 것을 무장해제하고, 다른 정책수단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사들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군사캠페인이 아니라 전 세계 평범한 이슬람인들의 마음과 머리를 잡기 위한 정치적 경쟁이 필요하다. 최근 프랑스와 덴마크의 사건들이 시사하듯이 유럽이 중심 전쟁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대외정책의 합법성을 얻기 위해 "자발적인 동맹" 이상 어떤 것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들과 때로는 중복되고, 때로는 경쟁하는 "초다자적인 세계(multi-multilateral world)"를 증진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취하는 신중한 다자간 접근방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부시 행정부는 1기 행정부 시절의 신보수주의 정책으로부터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네오콘의 믿음을 보유하지만,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미국 권력의 효능과 헤게모니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국을 세계에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기사등록 : 2006-02-23 오전 08:04:24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4336.html
후쿠야마 교수는 내달 발간 예정인 '네오콘 이후:교차로의 미국'이라는 새 저서에서 "신보수주의는 더 이상 내가 지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새 저서에서 이라크 전쟁 3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역사가 이라크 전쟁을 우호적으로 판단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가디언이 발췌해 소개한 후쿠야마 교수의 신간 초록이다.
『부시 행정부 안팎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정권교체와 이라크 및 중동지역의 민주화를 주장했지만, 이들의 이상주의적 의제는 수개월에서 수년 이내에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다.
네오콘 의제의 문제는, 목적이 아니라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과도한 군사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에 요구되는 것은 편협하고 냉소적인 현실주의로 귀환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을 합치시키는 "현실적 윌슨주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지지자들은 냉전의 종식을 통해 사고를 형성했다.
이들은 독재 정권의 교체만 성사되면 곧 바로 나타날 사회가 민주주의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 또 세계가 미국이 휘두르는 권력에 어떻게 반응할지 잘못 해석했다. 냉전 이후 국제 정치는 크게 변했으며, 동맹국들의 눈에 미국의 이런 권력 행사는 문제점으로 비치게 됐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자비로운 패권국이라는 생각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벌써 오래 전에 미국의 대외 관계에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여러 가지 경고 신호들이 있었다.
세계가 미국의 자비로운 패권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자비로운 패권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미덕을 갖췄기 때문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대다수 미국인들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 거액을 쏟아부으며 이라크에 개입할 의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유럽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충분한 명분을 갖지 못했으며, 이라크를 민주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비로운 패권주의를 비판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불렸던 것을 무장해제하고, 다른 정책수단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사들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군사캠페인이 아니라 전 세계 평범한 이슬람인들의 마음과 머리를 잡기 위한 정치적 경쟁이 필요하다. 최근 프랑스와 덴마크의 사건들이 시사하듯이 유럽이 중심 전쟁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대외정책의 합법성을 얻기 위해 "자발적인 동맹" 이상 어떤 것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들과 때로는 중복되고, 때로는 경쟁하는 "초다자적인 세계(multi-multilateral world)"를 증진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취하는 신중한 다자간 접근방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부시 행정부는 1기 행정부 시절의 신보수주의 정책으로부터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네오콘의 믿음을 보유하지만,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미국 권력의 효능과 헤게모니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국을 세계에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기사등록 : 2006-02-23 오전 08:04:24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43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