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27, 2006

닌텐도 패드 20년사 완전검증

http://blog.naver.com/souov/120024459710

재미있음. PS3, XBox360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WII 내놓으며 선전하는 닌텐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심어줄 수 있음. 더 나아가... 본질 가치?가 시장 가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

Thursday, May 25, 2006

면도기, 턱밑 전쟁

워런 버핏이 3조원 번 종목 ‘질레트’
면도습관 길들여지면 제품 바꾸지 않아
2~3개 업체가 20억 남성 독점하는 노다지
3중날-4중날 경쟁 수천억 투입 날세워
남성 미용상품으로 진화하며 시장 확장


» 면도기는 평범한 생활소품이지만 면도기 산업은 거대자본이 시장을 장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알짜 산업이다. 매일 한번씩 피부에 직접 닿는 생활용품은 면도기가 유일하고, 그래서 어떤 제품보다도 특정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사진 필립스 제공


단돈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40조원의 재산을 모은 사나이, 세계 최고의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일생 동안 가장 성공했던 투자는 어떤 업종에 투자한 것이었을까?

힌트 하나. 금융주나 기술주가 아니라 제조업체의 주식이었다. 결정적 힌트 하나 더. 버핏은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매일 밤 사이 전세계 남성들의 수염이 자랄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버핏이 최고의 수익을 거둔 업종은 바로 ‘면도기’였다. 세계 최대의 면도기업체인 질레트에 투자했던 것이다. 버핏의 투자철학인 이른바 ‘가치투자’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질레트 투자건이다. 가치투자란 1~2년 사이의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끝까지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버핏은 1989년 6억달러를 쏟아부어 질레트 주식의 10%를 사들였다. 이후 버핏은 한번도 이 주식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절대 안팔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세계최대의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앤갬블(피앤지·P&G)가 질레트를 인수하면서 질레트 주식가치는 크게 올랐고 버핏은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3월4일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피앤지가 질레트를 인수하면서 얻은 순이익만 무려 32억5000만달러(우리돈 3조원 이상)이라고 실적을 발표했다. 17년 동안 믿음으로 투자한 뚝심이 가져다 준 보상이다.

어떻게 면도기가 이런 대박을 터뜨리게 해주었을까? 버핏은 왜 첨단 반도체 업체나 고수익 펀드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흔한 일상용품인 면도기업체에 투자했던 것일까? 그 비밀은 면도기란 상품의 특성, 그리고 면도기 산업의 특성 속에 있다.

면도기는,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산업적으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첨단제품이다.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두세개 기업이 독점하는 황금시장이다. 버핏은 이런 본질을 꿰뚫어본 것이다.


필립스 전자제품 중 최고 효자


면도기는 습식과 건식 두가지로 나뉜다. 습식은 면도용 거품을 묻혀 수염을 깎는 날면도기들이고, 건식은 쉽게 말해 전기면도기들이다. 건식보다는 습식 면도가 더 일반적이어서, 세계 남성들의 70%가 습식면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통점은 이 두 방식 모두 세계적으로 2~3개 ‘공룡기업’들이 사실상 독점 지배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침밥은 못먹어도 수염은 깎고 출근해야 하는 전세계 20억명 이상의 성인 남성들이 바로 이들 면도기 공룡들의 노다지가 된다. 습식 시장은 질레트와 쉬크가 양분하고 있고, 건식에서는 필립스와 브라운 그리고 일본 파나소닉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질레트는 습식 시장에서는 확고부동한 최강이고, 건식 전기면도기 시장에서는 ‘브라운’브랜드로 최강 필립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면도기는 숨어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건식을 보자. 전기면도기는 생활소형가전이지만 실제 수익성은 대형 백색가전제품들보다 훨씬 낫다. 전기면도기는 크기 대비 가격이 아주 비싼 전자제품이다. 선두업체 필립스가 최근 선보인 최고급 신제품은 소비자가격이 처음으로 40만원선을 넘어섰다. 브라운의 신제품 ‘360도 컴플리트’도 30만원대 중후반이다. 30만원대면 드럼세탁기가 아닌 일반세탁기 10㎏급보다도 비싸다. 부가가치는? 수출용 컨테이너를 각각 조그만 전기면도기와 큼직한 세탁기로 채워 판다고 가정해보라. 어떤 것이 남는 장사인지를. 1위 필립스의 경우 면도기의 이익률은 비밀이지만 반도체부터 토스터기까지 필립스가 파는 전자제품 가운데 ‘가장 수익성 높은 것 가운데 하나’라고만 밝힌다.

습식 날면도기도 수익성이 만만치 않다. 면도기 자체는 몇천원, 가장 비싸야 1만원 정도지만 이후 날을 추가로 팔 수가 있다. 면도방식을 바꾸거나 다른 업체것으로 바꾸지 않는한 소모품 판매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한번 메이저가 되면 이런 고수익이 유지되는 것이야말로 면도기 시장이 황금시장인 이유다. 이는 면도기가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날면도기 소모품 덕 안정수익


한번 면도방식을 고르고 나면 남성들이 습식에서 건식으로 또는 그 반대로 면도방식을 바꾸는 경우는 매우 적다. 전기면도기를 쓰는 경우에도 제조업체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한번 한 회사 제품에 익숙해지면 계속 그 회사를 찾는다. 첫번째 이유는 면도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일반적으로 면도방식을 바꾸거나 면도기를 다른 회사것으로 바꿀 경우 피부가 새 면도방식에 익숙해지는데는 3주 이상 걸린다. 두번째 이유는 면도기가 개인적 유대가 강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매일 자기 살갗에 직접 대는 제품이 전기면도기이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물건이고, 그래서 더욱 맘에 드는 회사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전자제품 가운데 가장 충성도가 강한 전자제품으로 전기면도기를 꼽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메이저들은 엄청난 투자와 마케팅으로 조금이라도 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늘이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질레트와 쉬크가 벌이는 ‘면도날 숫자 경쟁’은 유명하다.

1901년 미국의 회사원 질레트가 얼굴을 베지 않는 안전면도기를 개발해 질레트란 기업을 세운 이래 습식 면도기는 오랫동안 외날이었다. 이후 70년대에 이르러서야 2날로 바뀌었고, 99년 질레트가 최초의 3중날 면도기 ‘마하3’를 개발해 대히트를 치면서 3날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도 질레트의 주력인 마하3는 제품 개발에 10년,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모두 7억5000만달러(7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4날 면도기는 쉬크가 앞섰다. 2003년 쉬크가 최초의 4중날 면도기 ‘쿼트로’를 선보이면서 면도날 전쟁에 불을 붙였다. 다음은 당연히 5날 차례. 질레트는 다시 지난해 5중날 면도기인 ‘퓨전’을 개발해 올해 초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투자비용이 막대한 탓에 이 시장에 후발주자가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건식이든 습식이든 면도기 시장은 글로벌기업인 필립스·브라운·파나소닉과 질레트·쉬크가 고급제품을 석권해버렸고, 현지 업체들은 나머지 저가나 1회용 면도기 시장을 간신히 나눠먹는 구조가 됐다. 이런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건식에서는 조아스전자가, 습식에서는 도루코가 꿋꿋이 살아남아 버티고 있다.

면도기 산업은 면도기가 ‘남성용품 시장’에서 다른 남성용 미용상품 소비로 유도하는 진입상품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그 산업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1400억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미용성 소비재 시장에서 남성용 소비재의 비중은 160억달러로 아직 14% 정도지만, 그 성장세는 무척 가파르다. ‘여성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피앤지가 ‘남성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질레트를 인수한 것이 그런 이유에서였다.


건식+습식 새제품 ‘영토 확장’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면도기는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면도기란 것이 만들어진 지난 20세기 100여년 동안 건식과 습식이란 두 가지 방식은 철저하게 양분되어 따로 존재했는데, 이제 그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립스가 지난 1998년 생활용품업체 니베아와 손잡고 출시한 ‘쿨 스킨’은 전기면도기면서도 면도할 때 면도용 크림을 피부에 발라주어 습식면도 효과를 내는 제품이다. 처음에는 이색상품 정도였지만 점점 판매가 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전체 필립스 전기면도기 판매량의 20%선까지 올라갔다. 습식에서는 건식 전기면도기처럼 전기로 진동하는 면도기가 등장했다. 질레트가 올해 국내에서도 출시한 ‘M3 파워’는 처음으로 진동 모터를 내장해 건식면도기처럼 면도하는 습식 면도기다. 습식에서는 건식같은, 건식에서는 습식같은 면도기를 내놓으며 서로를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과연 반건반습 제3의 면도방식이 출현할 것인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기사등록 : 2006-05-25 오후 11:15:45

Tuesday, May 16, 2006

삼성전자·LG필립스LCD, 초우량 고객만 모십니다

[전자신문]2006-05-15

“LCD, 신(新) 파레토의 법칙’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100년 전통의 고전 경제학이론을 갈아치우고 LCD로 새로운 경제학이론을 정립한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상위 20%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설파한 ‘파레토의 법칙’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양보 없는 대형 LCD패널 판매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자원 배분을 목표로 빌프레도 파레토가 역설한 ‘중요한 소수, 대수롭지 않은 다수(Vital few and trivial many)’ 개념을 점점 확대·발전시키고 있다.

 ◇ 중요한 극(極)소수= 삼성전자(LCD총괄)와 LG필립스LCD가 전 세계 LCD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 지속적 경쟁 우위를 확대하는 핵심비결은 ‘중요한 극소수’, 즉 초우량 고객 확보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확보한 초우량 고객은 비록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생산하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몫이다.

 삼성전자(LCD총괄)의 초우량 고객은 델을 비롯, 삼성전자(DM총괄)·HP·일본 소니 등이다. 지난 해 삼성전자와 델의 연간 거래규모는 1000만장을 넘어섰고 삼성전자(DM 총괄)도 1000만장 수준에 육박했다. HP와 소니 역시 거래규모가 각각 500만장을 상회했다. 삼성전자(LCD 총괄)의 지난해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이 약 4428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초우량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도시바도 지난해 거래규모가 100만장을 돌파, 중요한 극소수에 포함됐다.

 LG필립스LCD는 델과 HP·LG전자를 비롯해 필립스·도시바·애플 등을 초우량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중 LG필립스LCD는 델과 HP·LG전자 3개 기업과 각각 500만장 이상의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LG필립스LCD의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이 약 4517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LG필립스LCD는 필립스와 도시바·에이서·애플·IBM과도 200만장 이상을 거래했다. 이에 따라 델과 HP·LG전자의 빅3 기업을 포함, 초우량 고객 8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 선택과 집중 =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초우량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소니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0억원과 2200억원 규모의 추가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20억달러 규모의 8세대 공동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LG필립스LCD는 주요 고객 가운데 하나인 HP와 지난 2월 매년 500만장씩 향후 2년간 1000만대 규모의 LCD패널 공급을 골자로 하는 협력관계를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초우량 고객과의 지속적인 협력으로써 안정적인 판로확보 및 수익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향후 LCD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규 초우량 고객 확보를 위한 준비를 병행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LCD시장 주도권 장악은 물론이고 새로운 LCD 경제이론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Friday, May 12, 2006

일본언론, 도요타 따라하다 피 본다

일본언론 “도요타 따라하다 ‘피’ 본다” 경계

[도요타의두얼굴] 5. 흉내내기의 함정 “도요타식 가이젠은 도요타 맞춤형”

박중언 기자


문제가 뭔지를 5번 이상 스스로에게 물어 답을 찾아내는 ‘가이젠’(‘개선’의 일본말)과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조달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저스트 인 타임’(JIT)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식은 일본에서 늘 모범답안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어느 기업에나 적용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무작정 따라하기에 나섰다가는 그 덫에 걸려 ‘피를 볼’ 수도 있다. [도요타의 두 얼굴] 1회부터 4회까지 <주간금요일>의 특집기사를 중심으로 전달해왔다. 5회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탈도요타 또는 도요타 뛰어넘기 움직임을 소개한다.



도요타식 생산방식 도입한 농기계회사 ‘얀마’, 재고 없앴다가 ‘낭패’


이미 30년 전에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한 농기계 등 생산업체인 얀마. 도요타자동차의 전 부사장으로부터 직접 지도까지 받은 이 회사는 도요타의 수제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생산성과 수익 향상 효과는 좀체로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개선 활동도 시들해지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동차 생산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도요타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게 문제였다. 얀마의 주력 상품은 농기계다. 계절에 따라 출하량의 변동이 크다. 수요가 몰릴 때에는 재고가 없으면 팔아먹을 기회를 놓쳐버린다. JIT 방식을 충실하게 이행할수록 사업효율은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관련 업체를 포함해 12개 공장에 새로운 생산성 향상 방법을 도입했다. 성수기에는 당연히 재고 수준을 높이도록 했다. 2008년 봄까지 불량률과 납기를 반으로 줄여, 제조비용을 10% 감축하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이 회사 야마오카 사장은 “단순히 도요타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얀마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면 강인한 기업체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30년 만에 도요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 출발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맞춤형인 ‘도요타식 가이젠’ 타 업종 적용했다가 실패 잇따라


2003년 도요타식을 근간으로 한 제조원가 절감지원 소프트웨어 ‘e카르테’가 발매됐다. 도요타 모토마치 공장의 노하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평판이 나돌아 발매 전에 열린 설명 세미나에는 300개 업체가 참가했다. 그러나 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한 업체는 2곳뿐이다. e카르테는 몇년간 상품모델이 바뀌지 않는 자동차공업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품의 가격이나 생산라인의 사람수 등 방대한 양의 정보도 입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줄이어 새 모델이 나오는 상품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운용 자체에 품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도입을 포기했다.

후나이전기가 디지털텔레비전 위탁생산을 하는 중국 광둥성 공장의 생산라인에는 10대 여성사원들이 줄지어 있다. 2003년 말부터 가동된 이 공장에 도입된 것은 도요타식에 독자색을 가미한 ‘후나이 생산시스템’이다. 중국에선 공장 종업원이 2~3년 단위로 바뀌는 사례가 많아, 개선의 노하우가 전승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후나이는 부품조립이라는 단순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라인의 사람수를 줄여 작업효율을 한계치까지 높이고, 작업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라인을 멈춰 문제해결 뒤 재가동했다. 이 방식으로 액정텔레비전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 전의 3분의 1인 19초로 줄였다.


브리지스톤, 도요타식 숙련공 육성에서 자동화로 생산방식 전환


대표적 타이어 생산업체 브리지스톤은 지난해 전자동 생산시스템인 ‘버드’를 본격 가동했다. 사람의 손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질높은 타이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헝가리와 멕시코 등 해외 공장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 브리지스톤의 전자동 타이어 생산시스템 버드.



판형의 고무를 하나씩 감아붙여야 하는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가장 수작업의 비율이 높고, 품질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브리지스톤은 도요타를 본받아 숙련공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00년 미국 자회사에서 생산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다. 이어 최대 고객인 도요타자동차가 타이어의 자체 생산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도요타와 같은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때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타이어 생산의 전자동화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버드다.

브리지스톤은 전세계에 약 50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세계의 고객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하지만, 종업원이나 기술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갈수록 늘어난다. 현 시스템은 글로벌 시대, 속도의 시대에 최적이라고 브리지스톤은 자부한다.

숙련 기술을 갖춘 인재 육성을 우선시하는 제조업의 모범인 도요타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도요타는 최근 영국 공장 안에 숙련공의 기술을 전수하는 연수시설을 열었다. ‘물건만들기는 곧 사람만들기’라는 도요타의 정신에 충실한 조처다. 인재 육성이 고품질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는 판매와 해외 생산거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숙련 인력 부족에 따른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닛산, 도요타신 인재육성 대신 ‘부품사와 업무 분담’


인재 육성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못해 도요타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닛산자동차의 도치기 공장에선 부품회사인 칼소닉칸세이가 작업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모터와 에어컨, 대시보드(계기판) 등을 일체화한 ‘운전석 모듈’이다. 약 300개나 되는 세세한 부품을 조립해 만든 것이다. 닛산은 이렇게 사전에 조립된 모듈을 차체에 달기만 하면 된다.


▲ 모터와 에어컨, 계기판 등이 일체화된 칼소닉칸세이의 운전석 모듈.


연료전지 등 미래기술 개발에서 도요타나 혼다에 뒤처져 있는 닛산으로선 반격을 위한 독자적 전략이 절실하다. 부품회사와의 업무분담 재조정이 바로 그것이다. 조립현장은 부품회사에 맡기고 자신들은 새 차의 기획과 설계에 집중한다. 지금은 부품 조립 공정의 90%를 부품회사가 맡고 있다. 닛산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은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를 구상하는 힘과 그것을 실현하는 기술력이 결정한다”며 분업 재조정의 이점을 강조했다.


‘숙련공이 없어도 개선은 가능하다’는 게 미쓰비시전기의 주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나고야제작소의 모터 제조라인에 ‘e팩토리’라는 생산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것을 철저히 없앤다는 목표는 같지만,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있다. 각 설비를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가동상황과 풀질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은다. 생산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책을 내놓는다. 이 시스템 도입 뒤 설비가동률은 2배 가까이 높아진 반면, 불량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점을 찾아내는 능력은 숙련공에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요타는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식을 창안해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들 또한 문제해결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만 도요타 흉내내기의 덫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끝>


도쿄/<한겨레>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기사등록 : 2006-05-12 오후 02:24:24
기사수정 : 2006-05-12 오후 03:10:44


[관련기사]
• [도요타의두얼굴] 4. 수익 1조엔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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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의두얼굴] 3.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는 거품뿐인 ‘이미지’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21615.html
• [도요타의두얼굴] 2. 죽음까지 부르는 효율지상주의의 그늘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19993.html
• [도요타의두얼굴] 1. ‘입이 딱 벌어지는’ 도요타의 정경유착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19473.html

Friday, May 05, 2006

속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는 과학이었다

<과학> 고통보다 고통 기다리는 것이 더 고통

(워싱턴 AP=연합뉴스) 이린이들은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맞기 전까지는 발버둥을 치며 울다가 막상 맞고 나면 울음을 뚝 그친다. 고통을 기다리는 것이 실제 고통을 겪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에머리大의 그레고리 번스 박사(정신의학) 등 연구진은 두려움에 대한 생물학적 본질을 캐기위해 두뇌 스캔이라는 방법을 이용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연구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학문분야로, 인간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 지 알아보기위해 두뇌 이미징을 사용하는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의 한 부분. 지금까지는 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반대급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방정식의 어두운 쪽"에 관심을 뒀다고 번스 박스는 설명했다.

표준경제학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불리한 결과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뒤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루는 과정에서 결과를 호전시킬 수 있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지않을까 기대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번스 박사에 따르면, 실제 생활에서는 사람들이 '빨리 끝내버리자'는 반응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예로 신용카드 청구서가 올 경우 마감시한까지 기다리지않고 재빨리 납부한다고 한다.

번스 교수는 두뇌속에서 두려움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살펴보기위해 32명의 자원자를 MRI속에 넣은 뒤 발다닥에 다양한 강도와 기다리는 시간의 전기 충격을 보내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사람이 겪는 고통을 지배하고 있는 두뇌 네트워크가 실제 쇼크가 가해지기 전부터 작동되고 있으며, 특히 '집중'과 결부된 부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냈다.

또 전압이 동일한 경우 대부분은 기다림이 짧은 충격을 원했다. 심지어 일부 극단적으로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 보다 차라리 기다림이 없는 강렬한 충격을 선호했다.

결국 두뇌가 예고된 고통에 대해 얼마나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고통의 정도가 결정된다며, 간단한 생각의 전환으로 고통을 얼마든지 경감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lhk@yna.co.kr

기사등록 : 2006-05-05 오전 10:48:25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skill/121052.html

'대추리 사태'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다

사설

어제는 참으로 치욕스런 날이었다. 다시는 없기를 바랐던 민과 군·경의 대규모 충돌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1만5천여 군·경 병력은 제 땅을 지키려던 주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열망을 제압했다. 그곳에 높다란 철책을 세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인지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한 것인지 성격이 불분명한 미군기지가 들어서도록 방어벽을 세웠다. 100년 전 부패한 조선 왕실이 동학농민군을 섬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당시 처참한 섬멸전은 반도에 주둔하던 일본군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대추리 사태는 주한미군 재편 과정에서 경기도 평택 팽성 쪽에 새로운 통합 미군기지를 세우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면서 발생했다.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285만평 가운데 200만여평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매수했지만, 나머지 74만평은 강제로 수용했다. 주민 100여명은 강제수용을 거부하며 지금까지 버텼다. 여기까지 본다면 이번 사태는 강제수용 또는 보상을 둘러싼 정부와 주민의 갈등으로 비친다. 국방부가 보상비 규모를 들먹이며 주민들의 ‘과욕’을 내세웠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주민의 과욕을 부채질하며, 미군 철수라는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려 했다고 매도했다.

그러나 대추리 사태의 성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본질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돼 있다. 아직까지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의 목적과 평택 미군기지의 구실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과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인지, 아니면 동북아 유사사태에 개입할 미군의 전진기지인지 알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것을 보면 평택 미군기지의 구실은 후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평택기지는 한반도를 국제분쟁에 휩쓸려들게 하는 ‘인계철선’ 구실을 하게 된다. 이런 논의가 민간 차원에서 널리 일고 있는데도, 군 당국은 함구한다. 오로지 땅값 문제만을 논의하자고 했다. 어떤 국민이 제 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용도에 쉽게 땅을 내줄 것인가?

최근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안이 확정됐다. 애초 미군은 도쿄 인근의 자마기지에 들어설 통합작전사령부의 성격을, 동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 불안정 지대를 관할하는 광역사령부로 상정했다. 그러나 국민이 반발하고 일본 정부가 재조정을 요구하자, 동북아의 유사사태에 대비하는 거점사령부로 한 등급 낮췄다. 논의과정의 투명성이 미국의 애초 구상을 수정·축소하는 쪽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어떠했나.

게다가 군 당국은 그나마 보상과 관련한 대화에서도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다. 협의에 응하지 않은 주민들에 대해서는 설득은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돈은 법원에 공탁했으니 찾아가든지 말든지 하라는 투였다. 돈이나 더 받자고 버틴다고 빈정대기 일쑤였다. 행정 대집행 비용을 지우겠다고 을러대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명분쌓기에 불과했다.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당국은 국민 대접은 고사하고 사람 대접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군경은 대추분교를 접수했다. 평화의 깃발은 꺾였고, 민족적 자존감도 짓밟혔다. 이제 참여정부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꼭두각시 정부?

기사등록 : 2006-05-04 오후 09:45:49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209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