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파는 배경음악 공유서비스 Q~
'코드'를 파는 배경음악 공유서비스 Q~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2006년 01월 17일
"여인2 : 처음에 아이디를 보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그런 아이디를 쓴 거죠?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요?"
"해피엔드 : 아뇨... 우연히 어느 책표지에서 봤는데, 그냥 뭐... 현실엔 없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쪽 아이딘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이 대화를 '이해' 했다면, 당신은 아무리 젊어도(?) 90년대 중후반에 대학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만약 '여인2'와 '해피엔드'라는 ID를 보는 순간 영화 제목 '접속'과 두 배우의 얼굴이 오버랩됐다면, 당신은 아마도 '나우누리'와 '천리안'으로 대표되던 PC통신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전 얘기다.
네티켓 캠페인을 벌여야 할 만큼 혼탁해진 지금의 넷세상과는 달리, 당시의 통신 환경은 제법 '수준'있었다.(주관적인 판단이다).
손 글씨 리포트와 워드 작업한 리포트가 혼재할 만큼 PC 보급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던 시절인데다, 규칙적으로 접속했다간 월 기십만원을 족히 넘겼던 '살인적인' 종량제 통신 요금이 문턱을 높였던 탓이라 짐작해본다.
해 서, 당시 통신 세상 구성원의 상당수는 컴퓨터를 가진 20, 30대 젊은이들이었다. 연령, 학력, 관심사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들이 한 데 모인 만큼 지금 말로 '코드'가 맞는 이들, 지향점이 같은 이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매일 밤, OO님의 접속이 기다려지고, 동호회 회원들과의 '정팅'이 기다려졌던 때다. 오가는 대화들도 제법 깊이가 있어, 채팅방, 동호회에서의 어설픈 비판이나 근거 없는 폄하는 곧 준엄하고 정중한 '강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월정액 요금에 어떤 사이트든 가리지 않고 넘나들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신천지가 열린 후 10년.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 보와 공간의 양은 비교할 수 없이 확장됐지만, '코드'가 맞는 넷세상 친구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대화 다운 대화 한 번 하기가 힘들다. 각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토론방이나 뉴스 덧글에선 걸러지지 않는 담론, 도를 넘는 막말이 오간지 오래다.
나침반 바늘이 사방으로 도는 사막 한 가운데에 선 듯, '날 알아주는 이'를 찾아 나서는 웹서핑은 멀고도 험난하다.
네티즌들의 이 적막한 심정을 파고든 서비스가 바로 배경음악 공유서비스 Q~다.
이미 음원 사용료가 지불된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이 기발한 서비스는 '저작권'과 '무료'의 접점을 찾아 오픈 2개월 만에 300만 네티즌의 발걸음을 이끌어 냈다.
일평균 방문자수도 10만 명 선. 구력있는 업계 3, 4위 사이트와 비견할 만한 수준이다.
밋밋한 대문 화면에 블로그, 이메일을 통한 의사소통 외 이렇다 할 마케팅 한 번 제대로 안하고 이룬 성과. 아무리 '공짜'라지만, 이정도면 메가톤 급 신인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라면 한다 하는 사이트들이 지천이다. 여전히 다양한 공짜 이용의 수단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Q~가 보여주는 이 파괴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두 달, 그들의 '진화'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코드'였다.
Q~는 귀찮은 일이라면 질색인 네티즌에게 가입과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에는 두 번 이상의 클릭이 필요하지 않다.
검 색형 인간인 우리 네티즌의 귀찮음을 십분 이해해 툴바를 한 번 설치하면, 어떤 검색창도 열 필요 없도록, '아주 특별한 검색 기능'도 추가해뒀다. 툴바에 '네 OOO', '야 OOO'라고 치기만 하면, 짐작하는 두 포털에서 OOO를 담은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귀찮음에 대한 너그러운 배려와 더불어 넷심을 꿰뚫는 '이모셔널 링크'는 이 서비스의 존재 이유라 할 만하다.
" 버즈의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엠씨 더 맥스의 '행복하지 말아요'를 좋아합니다.(아니 좋아 할 겁니다.) 그리고 가시, Y, 사랑은 봄비처럼... 그대 내맘에 들어오며는... 잘 지내나요... Life is Cool 그리고 Fly(에픽하이)로 이어집니다"
블로그를 통해 Q~가 언급한 이 감정의 흐름은, 전율할 만한 치밀함을 담고 있다.
폄하하면, 그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일 따름인 Q~는 유저들이 주관적이면서도 너무나 객관적인 이 '감정의 공식'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끈다.
Q~ 운영진은 고백한다. "이 감정의 흐름을 증명해 보기 위해 철저히 계산적인 통계를 집적했습니다. 80% 이상은 이 공식대로 움직입니다. 산타나를 듣다가 갑자기 나훈아를 듣지는 않는다는 얘기지요."
감정적 교집합이 전혀 없는 블로그, 미니홈피로의 기계적 랜덤 방문이 아니라,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볼' 네티즌들을 하나의 체인으로 잇고 있다는 얘기다.
Q~가 '남이 차려놓은 밥상'으로 재미를 본다는 주장보다, Q~가 성장할 수록 배경음악 판매가 촉진될 것이라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하는' 이들끼리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끊임없이 찾아 구매하고, 그 노래 목록을 등록해 감성을 나누며 Q~의 순환 고리에서 유저들이 움직이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유저에게 게으름을 허하면서도 내 마음을 읽어 입맛에 딱 맞는 노래를 계속 들려주는 서비스.
감성에 뿌리를 둔 듯하면서도 진정 계산적인 서비스 Q~는 그렇게 '코드'를 팔고 있는 것이다.
지 금 Q~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당분간, 이들의 '진화'가 계속될 것임을 서둘러 짐작해보는 것은 김광진의 '편지'를 들려주다가 팻 메스니와 데이브 브루벡의 재즈를 전해주고, 브라운 아이즈의 '떠나지마'로 귀결되는 이 서비스의 '독심술'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까닭이다.
Q~, 감성을 앞세운 이 계산적인 서비스라니.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7521&g_menu=021400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2006년 01월 17일
"여인2 : 처음에 아이디를 보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그런 아이디를 쓴 거죠?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요?"
"해피엔드 : 아뇨... 우연히 어느 책표지에서 봤는데, 그냥 뭐... 현실엔 없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쪽 아이딘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이 대화를 '이해' 했다면, 당신은 아무리 젊어도(?) 90년대 중후반에 대학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만약 '여인2'와 '해피엔드'라는 ID를 보는 순간 영화 제목 '접속'과 두 배우의 얼굴이 오버랩됐다면, 당신은 아마도 '나우누리'와 '천리안'으로 대표되던 PC통신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전 얘기다.
네티켓 캠페인을 벌여야 할 만큼 혼탁해진 지금의 넷세상과는 달리, 당시의 통신 환경은 제법 '수준'있었다.(주관적인 판단이다).
손 글씨 리포트와 워드 작업한 리포트가 혼재할 만큼 PC 보급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던 시절인데다, 규칙적으로 접속했다간 월 기십만원을 족히 넘겼던 '살인적인' 종량제 통신 요금이 문턱을 높였던 탓이라 짐작해본다.
해 서, 당시 통신 세상 구성원의 상당수는 컴퓨터를 가진 20, 30대 젊은이들이었다. 연령, 학력, 관심사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들이 한 데 모인 만큼 지금 말로 '코드'가 맞는 이들, 지향점이 같은 이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매일 밤, OO님의 접속이 기다려지고, 동호회 회원들과의 '정팅'이 기다려졌던 때다. 오가는 대화들도 제법 깊이가 있어, 채팅방, 동호회에서의 어설픈 비판이나 근거 없는 폄하는 곧 준엄하고 정중한 '강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월정액 요금에 어떤 사이트든 가리지 않고 넘나들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신천지가 열린 후 10년.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 보와 공간의 양은 비교할 수 없이 확장됐지만, '코드'가 맞는 넷세상 친구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대화 다운 대화 한 번 하기가 힘들다. 각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토론방이나 뉴스 덧글에선 걸러지지 않는 담론, 도를 넘는 막말이 오간지 오래다.
나침반 바늘이 사방으로 도는 사막 한 가운데에 선 듯, '날 알아주는 이'를 찾아 나서는 웹서핑은 멀고도 험난하다.
네티즌들의 이 적막한 심정을 파고든 서비스가 바로 배경음악 공유서비스 Q~다.
이미 음원 사용료가 지불된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이 기발한 서비스는 '저작권'과 '무료'의 접점을 찾아 오픈 2개월 만에 300만 네티즌의 발걸음을 이끌어 냈다.
일평균 방문자수도 10만 명 선. 구력있는 업계 3, 4위 사이트와 비견할 만한 수준이다.
밋밋한 대문 화면에 블로그, 이메일을 통한 의사소통 외 이렇다 할 마케팅 한 번 제대로 안하고 이룬 성과. 아무리 '공짜'라지만, 이정도면 메가톤 급 신인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라면 한다 하는 사이트들이 지천이다. 여전히 다양한 공짜 이용의 수단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Q~가 보여주는 이 파괴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두 달, 그들의 '진화'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코드'였다.
Q~는 귀찮은 일이라면 질색인 네티즌에게 가입과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에는 두 번 이상의 클릭이 필요하지 않다.
검 색형 인간인 우리 네티즌의 귀찮음을 십분 이해해 툴바를 한 번 설치하면, 어떤 검색창도 열 필요 없도록, '아주 특별한 검색 기능'도 추가해뒀다. 툴바에 '네 OOO', '야 OOO'라고 치기만 하면, 짐작하는 두 포털에서 OOO를 담은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귀찮음에 대한 너그러운 배려와 더불어 넷심을 꿰뚫는 '이모셔널 링크'는 이 서비스의 존재 이유라 할 만하다.
" 버즈의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엠씨 더 맥스의 '행복하지 말아요'를 좋아합니다.(아니 좋아 할 겁니다.) 그리고 가시, Y, 사랑은 봄비처럼... 그대 내맘에 들어오며는... 잘 지내나요... Life is Cool 그리고 Fly(에픽하이)로 이어집니다"
블로그를 통해 Q~가 언급한 이 감정의 흐름은, 전율할 만한 치밀함을 담고 있다.
폄하하면, 그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일 따름인 Q~는 유저들이 주관적이면서도 너무나 객관적인 이 '감정의 공식'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끈다.
Q~ 운영진은 고백한다. "이 감정의 흐름을 증명해 보기 위해 철저히 계산적인 통계를 집적했습니다. 80% 이상은 이 공식대로 움직입니다. 산타나를 듣다가 갑자기 나훈아를 듣지는 않는다는 얘기지요."
감정적 교집합이 전혀 없는 블로그, 미니홈피로의 기계적 랜덤 방문이 아니라,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볼' 네티즌들을 하나의 체인으로 잇고 있다는 얘기다.
Q~가 '남이 차려놓은 밥상'으로 재미를 본다는 주장보다, Q~가 성장할 수록 배경음악 판매가 촉진될 것이라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하는' 이들끼리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끊임없이 찾아 구매하고, 그 노래 목록을 등록해 감성을 나누며 Q~의 순환 고리에서 유저들이 움직이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유저에게 게으름을 허하면서도 내 마음을 읽어 입맛에 딱 맞는 노래를 계속 들려주는 서비스.
감성에 뿌리를 둔 듯하면서도 진정 계산적인 서비스 Q~는 그렇게 '코드'를 팔고 있는 것이다.
지 금 Q~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당분간, 이들의 '진화'가 계속될 것임을 서둘러 짐작해보는 것은 김광진의 '편지'를 들려주다가 팻 메스니와 데이브 브루벡의 재즈를 전해주고, 브라운 아이즈의 '떠나지마'로 귀결되는 이 서비스의 '독심술'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까닭이다.
Q~, 감성을 앞세운 이 계산적인 서비스라니.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7521&g_menu=0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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