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04, 2007

‘암묵지 혁명’을 일으켜라 : 강준만의 세상읽기

글로 표현되기 어려운 지식, 공적으로 나누지 않는 ‘사적 사회’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메가트렌드>(1982)라는 책으로 유명해지자, 사람들은 그에게 “나는 당신이 책에서 말한 것들을 대부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모든 조각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주었지요”라고 말하곤 했다. 칭찬 같으면서도 듣기에 따라선 폄하의 의미도 담겨 있는 평가였다.

일본은 암묵지 강국, 한국은 명시지 강국

그러나 나이스비트는 <마인드 세트>(2006)라는 책에서 그런 평가에 대해 “‘익은 과일 따기’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라며 “문제는 무엇을 따서 어디에 놓을까 하는 것이다”고 여유를 보였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연관지어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엮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익은 과일 따기’라는 재치 있는 표현을 접하면서 새삼 ‘암묵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 글로 쓰인 암묵지엔 한계가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자꾸 연구하면 암묵지의 기록을 위한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각종 공·민영 지원사업과 학술진흥 사업 등이 암묵지 개발·확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암묵지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행착오 비용을 줄여나가고 기존의 암묵지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적어도 이런 수준의 ‘암묵지 혁명’이 일어나야 한국 사회가 진정한 지식강국,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암묵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사회 개혁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런 여건 조성을 무시하면서 사람만 바꾸면 모든 게 달라질 것처럼 생각하는 건 환멸의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현실과 이상’의 이분법도 폐기처분해야 한다. 암묵지를 무시해 실패한 사람에게 ‘이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관행도 청산해야 한다.

민심을 청취해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익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는 걸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 과일을 따서 유통시키고 다음 농사까지 준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암묵지조차 공부하지 않은 채 무작정 덤벼드는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암묵지 혁명’을 일으켜라 : 강준만의 세상읽기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